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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으로 활력…KB 핵심 인재 될 터"

KB금융 '인력 교류' 자원한 직원들의 이야기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의 독특한 인사 실험에 자원한 직원들은 인사 교류 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혹시 낯선 도전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인력 교류를 통해 이직을 선택한 두 명의 직원을 만나봤다. 주인공은 바로 이근준(42) KB증권 디지털솔루션팀 과장과 신립(37) KB국민은행 여의도기업금융센터 과장이다.

직원들과의 대화에 참석한 윤종규 회장(아랫줄 왼쪽서 두 번째)




“어느 순간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업무의 관점 역시 보수적으로 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찾아왔죠.”

이근준 KB증권 디지털솔루션팀 과장은 지난 2005년 KB국민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IT 분야 부서에서만 10년 이상을 근무했다. 사원이었던 그의 직급도 높아져 어느덧 과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역할도 매우 중요해졌다. 금융권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스마트 플랫폼’ 부서에 소속돼 직접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자부심도 컸고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하지만 이 과장은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꿈꿨다. 이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근준 과장은 말한다. “10년 이상 같은 곳에서 비슷한 업무만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더라고요. 과장 직급이면 가장 일을 열심히 해야 할 때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저 해오던 일만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설사 뭔가 새로운 프로젝트가 주어져도 이를 제가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현안을 처리하기도 바빴으니까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인력 교류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우선 신청을 했다. 그가 이직을 신청한 곳은 KB증권이었다. 굳이 KB증권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을까? 이 과장은 ‘타이밍’이 절묘했다고 설명한다. “마침 지난해에 지주사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통합 KB증권이 출범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은행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증권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가 생겼죠. 일단 KB증권 이직을 신청하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서류 심사에 통과한 이 과장은 이후 임원 면접에 참석했다. 깐깐한 질문이 이어졌다. ‘왜 오려고 하는가’, ‘오면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 과장은 차분하면서도 소신 있게 답변을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근준 과장은 이렇게 회상했다. “그냥 한번 찔러보려는 차원의 지원은 아니었습니다. 명확한 이유가 있었죠. 은행은 조직이 크기 때문에 업무과정에서 거쳐야 할 프로세스가 많고, 빠른 변화에 대처하기 매우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작은 규모로 빠르게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조직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죠. 또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어요. 은행 고객의 거래 패턴 및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이들을 KB증권의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행히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고, 최종적으로 이직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장은 이직이 결정되자 후련한 마음으로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다. 자신은 아무런 걱정이 없었지만 오히려 함께 일해온 동료들과 가족들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도전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었다. 과연 새로운 조직 문화에 소위 ‘굴러들어온 돌’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심지어 몇몇 지인들은 새로운 회사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KB금융지주에서 이들 인력에 대한 인사를 전담하기 때문에 불이익은 일절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이 과장 역시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 금융권의 조직 문화가 보수적이라는 것은 이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최대한 기존 인력의 업무 스타일과 프로세스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업무 외적으로도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 과장의 모습에 기존 직원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지금은 둘도 없는 동료이자 선후배로 함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신립 KB국민은행 여의도기업금융센터 과장은 인력 교류 제도 1기 지원자다.




그렇다면 이근준 과장이 느끼는 인사 교류 제도의 장점은 무엇일까? 이 과장은 ‘투명성’과 ‘시너지’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일단 공모 제도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투명한 인사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연, 학연 등 인맥으로 인사를 하게 되면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박탈당하는 직원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또 매일매일 다양한 계열사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며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이처럼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다 보면 훗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세스 구축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립 KB국민은행 여의도기업금융센터 과장은 KB금융지주 인사 교류 시스템의 첫 번째 대상자다. 신립 과장의 사회생활은 지난 2006년 LG화재에서 시작됐다. 상품개발, 기획 부서를 거쳐 법인영업 업무를 담당한 지도 5년여가 흘렀다. 그 사이 그의 소속은 세 번 바뀌었다. LG화재에서 LIG손해보험, KB손해보험을 거쳐 이제는 KB국민은행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KB손해보험까지가 외부적 영향에 따른 변화였다면, KB국민은행으로의 이직은 철저히 자신의 선택이었다.

신 과장이 KB국민은행 이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 과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답했다. “KB손해보험 소속이 되고 적응하는 과정이 제게는 일종의 변혁기였습니다. 회사명이 변경되는 경험은 있었지만 대주주까지 바뀌는 상황을 지켜보니 급격한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더군요. 임원이 바뀌고, KB쪽 직원들이 조직에 대거 흡수되는 과정을 6개월간 지켜봤습니다. 머릿속이 조금은 혼란스러웠어요. 그때 마침 손해보험 직원들을 대상으로 은행에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공고가 떴습니다. 선택의 순간에 조금 고민하긴 했지만 주변 분들의 조언을 듣고 이직 신청을 결정했습니다. 특히 부모님의 조언이 매우 도움이 됐어요. 두 분 다 금융권에서 근무하셨거든요. 저의 도전을 적극 응원해주셨습니다.”

신 과장의 인력 교류 지원을 알게 된 기존 회사 동료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물론 많은 경험을 쌓고 다시 돌아와서 함께 열심히 일해보자는 격려의 말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배신자’라는 독설을 내뱉기도 했다. KB로 회사가 인수되니까 이제 기존 회사를 버리고 KB국민은행으로 가려 한다는 이유였다. 신립 과장은 “반응은 극과 극이었지만 모두 저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마음에서 그랬던 것 같다”며 “지금은 다들 한목소리로 응원해주고 저의 결정을 존중해주고 있어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진행된 면접 심사에서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명확히 어필했다. 신 과장의 강점인 기업영업 노하우를 살려 증권, 생보사, 손보사를 아우르는 KB의 기업금융 전문가가 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를 위해 은행에 머무르지 않고 훗날 증권, 캐피탈 쪽에서도 근무하고 싶다는 소망도 살짝 드러냈다. 신 과장의 패기가 통한 것일까. 그는 KB금융이 시도한 독특한 인사 실험의 첫 번째 대상자로 선정되며 2016년 1월 KB국민은행에 입성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게 낯설었다. 적어도 업무에 대한 조금의 자신감은 있었다. 그런데 은행과 손보사의 시스템은 달랐다. 직급이 낮은 후배 직원보다도 업무 시스템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배워야했다. 신립 과장은 업무를 넘어 모든 생활 패턴을 기존 직원들에게 맞춰변화시켰다. 출근 이후 하루 일과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차근차근 익혀나갔다. 이러한 노력덕분에 좀 더 빨리 새로운 조직에 적응할 수 있었다.

KB국민은행에서의 생활도 내년이면 마무리된다. 내년 하반기가 되면 신 과장은 또 한 번 선택을 해야 한다. 신 과장은 다음 선택지에 적을 답을 어느 정도 구상했다고 말한다. “솔직한 심정은 다른 회사로 한 번 더 옮겨보고 싶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속 배워보고 싶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지주회사에서 일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한정된 인원으로 많은 계열사를 아우르는 핵심 업무를 전담하는 지주회사에서의 경험은 훗날 다른 계열사에서의 업무에도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물론 캐피탈, 증권, 생보사 등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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