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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투성이 다국적기업 과세]눈 뜨고 코 베인…

다국적사 '외국특허 사용땐 과세 불가' 규정 악용, 조세회피 다반사





미국의 특허전문관리업체 인텔렉추얼벤처스(IV)는 2010년 삼성전자로부터 특허 사용료로 3억7,000만달러를 벌어갔다. IV는 이때 한국의 세금 납부를 피할 목적으로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아일랜드 자회사를 앞세워 거래했다. 최근 3,000억원 규모의 탈루 사실이 드러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오라클과 비슷한 수법이다.

하지만 IV의 꼼수는 한국 세무 당국에 들통 났다. 국세청이 IV의 아일랜드 자회사가 조세 회피 목적으로 만든 ‘도관회사’라는 점을 간파해 법인세 706억원을 부과한 것이다. 이 사건은 법원 소송까지 갔는데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은 “조세 회피가 맞다”고 결론 냈다. 그러면서도 706억원 중 691억원은 과세가 잘못됐다며 IV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삼성전자가 사들인 특허 대부분이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외국 특허라는 이유에서다.

거래 특허 대부분이 외국 특허였다 하더라도 어쨌든 미국 기업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수익을 거둬간 것인데 왜 과세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온 걸까.

원인은 1차적으로 한국이 미국과 맺은 조세조약에 있다. 대부분 국가의 조세조약은 사용료 소득에 대해 금액을 ‘지급’한 곳에서 과세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조약이라면 특허 등록지를 볼 필요도 없이 사용료를 지급한 한국에서 과세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미 조세조약은 거래된 특허가 ‘사용’된 곳에서 세금을 물리도록 규정했다.

한국정부 속수무책





법원은 이 사용 개념에 대해 “외국 특허는 국내에 등록되지 않았으므로 한국에서 사용한다는 개념을 생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한미 조세조약과 법원 판결 탓에 국세청은 거액의 세금을 토해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기업이 조세 회피 목적으로 도관회사를 만들어 한국 기업에서 로열티를 받아가더라도 거래 내용물을 외국 특허로 채우면 과세를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IV 사례처럼 이미 거둔 세금을 토해낼 일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세 당국은 특허 사용료 문제로 발생할 세수손실 규모를 3조여원으로 보고 있다.

조세 전문인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는 “외국 특허 사용료에 과세를 못하는 상황을 악용한 조세 회피가 늘어날 우려가 크다”며 “법원이 전향적으로 판결을 바꾸든지 한미 조세조약을 개정하든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조세 회피에 대한 구멍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고정사업장’ 규정 때문에 구글·애플 등 굴지의 IT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한국에서 번 수익에 대한 법인세를 거두려면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하고 인터넷 기업의 경우 서버를 둔 곳을 고정사업장으로 본다는 것이 국제적인 규칙이다. 구글·애플 등은 이런 규정을 이용해 세 부담이 적은 아일랜드에 서버를 두는 방법으로 대다수 국가에서 법인세를 내고 있지 않다.

물론 구글·애플 등에 제대로 과세하지 못하는 것은 전세계 공통의 문제라서 주요20개국(G20) 차원에서 고정사업장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나라 간 이견이 커 합의에 이를지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한국 자체적으로도 국제적인 논의와 별개로 구글·애플 등에 합당한 세금을 물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발맞춰 우리도 제도적 여건의 허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국 특허 사용료 과세 문제나 고정사업장 규정에 대해서는 문제 해결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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