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사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국민연금과 금융 당국 모두 명분만 내세워 결국 회사가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에 들어간다면 서로 약간의 명분은 얻겠지만 결국 초가삼간 다 타는 걸 방치하는 것밖에 안 된다”면서 “이번 유동성 위기만 넘긴다면 회사와 채권단·당국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데 파국으로 간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국민 세금을 추가로 지원 받는 입장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에 들어갈 경우 기존 계약 취소와 선사들의 선가 조정 시도, 신규 수주 활동 중단 등으로 회사가 피폐해질 게 뻔하다”고 토로했다. 대우조선은 채무 재조정을 둘러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최대 사채권자인 국민연금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P플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는 “P플랜에 들어가면 용선처를 구하지 못한 선주 대부분이 선가(船價) 인하를 요구하며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걱정했다. 정 사장은 “수주 잔량 114척 중 96척에 대해 이른바 ‘빌더스 디폴트(선박 건조계약 취소)’ 조항이 들어가 있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용선처가 확정되지 않은 선박들”이라면서 “선주 입장에서는 ‘선가를 낮춰달라. 그렇지 않으면 계약을 취소해버리겠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P플랜 신청에 따른 예상 취소 선박 수를 8척 정도로 보는 데 대해서도 “매우 낙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선사들이 계약 취소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중인 STX조선해양 사례처럼 예상보다 계약 취소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STX는 당시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선주 입장에서는 계약을 취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면서 “대우조선은 이와 정반대로 시장 가격에 비해 높게 계약된 선박이 100%”라고 말했다. 선주 입장에서는 대우조선의 P플랜을 빌미로 고가에 체결된 계약을 뒤엎으려 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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