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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구조조정 방안]국책은행 '독박' 구조조정 한계, 민관 8조원 펀드 조성해 시장 통해 기업 수술

5년간 정책금융기관·시중은행·연기금 + PEF 8조 매칭 펀드 조성

채권자이자 매각자인 채권은행이 부실기업 돈 퍼붓는 구조 개선

은행들 충당금 위험 피하려 부실기업 온정적 평가 관행도 손봐





지난달 22일 금융위원회는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 위기에 놓인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의 자금을 집어넣은데 이어 1년 5개월 만에 또 최후의 경우 혈세로 갚아야 하는 돈이 국책은행을 통해 나간 셈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수은과 산은은 대우조선에 가장 많이 돈을 빌려준 은행이다. 2월 말 기준 수은은 9조2,000억원, 산은은 4조9,000억원을 빌려줬다. 채무를 진 기업이 부실해지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돈을 가장 먼저 회수해야 할 은행이 다시 혈세를 보증으로 수조 원을 퍼붓는 것이 우리나라 구조조정의 현실이다.

정부는 현행 구조조정이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해 대규모 민관합동 구조조조정 펀드를 만들어 민간이 중심이 되게 구조조정 방식을 틀기로 했다. 회생 여부를 알 수 없는 기업에 대해 국민 혈세를 보증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신(新) 기업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앞으로 5년간 민관 합동으로 8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한 은행이 중심이 된 우리나라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다”며 “기업구조조정 펀드를 만들어 채권자인 은행과 투자자인 자본시장이 협업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관 합동 펀드로 시장 중심 구조조정 추진=정부는 앞으로 5년간 정책금융기관(산은·수은·기은)과 유암코, 시중은행, 연기금이 4조원, 사모펀드(PEF)가 4조원을 투자하는 기업구조조정 펀드를 만든다. 펀드는 정책금융기관들이 4조원을 모(母) 펀드로 조성한 후 한국성장금융이 운용하는 형식이다.

성장금융은 모펀드를 중심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뛰어들 민간 PEF에 구조조정 자금의 50% 미만을 출자한다. 기업재무안정 자(子)펀드들은 민간 투자자(LP)에 구조조정 자금을 50% 이상 출자받아 부실기업의 재생에 나서는 구조다. 대우조선처럼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에 대출하는 형식이 아니라 민간 투자자가 지분 50% 이상을 출자해 경영을 움켜쥐고 사업을 재편하는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약 2조원(정책금융기관 1조원·민간 1조원)의 펀드를 만들어 부실 우려가 큰 중견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매각 ‘기준 가격’ 만들어 논란 불식=부실기업을 팔 때마다 논란이 된 매각 가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위 ‘참고가격’도 만든다. 채권은행 등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높은 가격을 부르고 사려는 쪽은 낮은 가격을 부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가 매각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각을 공개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매각이 지연될 때만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서도 매각조건에 이견이 발생하면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가 매각가격을 자체적으로 산정해 준거가격(reference price)를 제시한다. 준거가격을 기준으로 구조조정 채권을 매각할 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매각 담당자를 면책하는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민간 자금인 PEF를 통해 구조조정을 할 때 당좌대출이나 무역금융 등을 상거래를 유지하기 위한 한도성여신을 소극적으로 제공하는 관행도 개선한다. 정책금융기관이 올해 상반기 1조6,000억원 규모의 한도성 여신 지원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증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민간자금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채권금융기관이 보유한 구조조정 기업을 한곳에 모아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계하는 중개 플랫폼도 상반기 내에 구축한다.

◇부실기업 봐주는 은행의 보신주의 개선=은행들은 대출해준 기업이 부실해지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수익도 함께 떨어져 부실기업의 신용위험을 온정적으로 평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 잔병으로 끝날 일이 대수술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은행별로 부실기업징후를 미리 선정할 수 있게 신용평가위험 세 가지(전문가형·등급화형·평점화형)를 개선하기로 했다. 그간 객관적 지표가 부족하다고 평가를 받았던 전문가형은 5대 평가항목별로 등급 산정을 의무화했고 등급화형은 최종 등급을 높일 때는 구체적인 근거를 명시하게 한다. 신용평가위원회가 평점을 매기는 평점화형은 △평가위원의 자격 요건 △외부위원 포함 △의사록 작성·찬반 여부 기표 의무화 등 운영방식을 강화했다. 금감원은 올해 하반기 은행별로 신용위험평가 체계가 잘 운영되는지를 점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선제적으로 구조조정 기업을 발굴한 은행 담당자에 대해 면책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기업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영업점 등 성과평가체계(KPI) 개선(안)’이 잘 이행되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올해 3월 회생법인이 설립돼 워크아웃과 회생절차의 장점을 연계해 법정관리 절차를 줄인 P(Pre Packaged)플랜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을 통해 민간 자금이 부실기업에 출자해 경영을 개선하고 매각해 이익을 얻고 국책금융기관도 부담을 덜 지는 구조조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며 “객관적 신용평가로 부실기업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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