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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 문화재 지정 불발…7년 '진위논란' 종지부

문화재 지정 '부결'

"출처·소장경위 분명하지 않아

고려금속활자로 단정 어려워"





역사는 다시 쓰이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주장되어 온 일명 ‘증도가자(證道歌字)’가 국가지정문화재 심의에서 ‘부결’됐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될 만한 가치는 없다는 결론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1년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을 받은 고려금속활자 증도가자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조사를 수 년에 걸쳐 진행해 왔으나 최종 심의 격으로 13일 열린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에서 ‘부결’로 결론 내렸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황권순 과장은 이날 고궁박물관에서 연 기자설명회에서 문화재 지정 ‘부결’의 이유로 “증도가자로 지정 신청된 활자는 서체비교, 주조 및 조판 등 과학적 조사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면서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비롯한 과학적 분석에 의하면 고려 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으나 출처와 소장경위가 불분명하고 금속활자가 담겨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청동수반·초두(대야와 주전자)와의 비교조사가 불가능해 고려금속활자라 단정적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증도가자’는 고려 시대의 불교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한 금속활자를 가리킨다. 이 활자로 찍은 책은 현재 전해지지 않으나 금속활자본을 토대로 이후 고려 고종 26년(1239년)에 목판본을 만들어 인쇄한 책이 보물 제758호로 지정돼 있다. ‘증도가자’는 2010년 9월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다보성고미술관이 소장한 활자 중 12점을 연구·분석한 결과 고려금속활자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것이 사실인 경우 ‘증도가자’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직지심체요절(직지심경·1377년)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것으로, 세계사를 다시 쓰게 하는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이에 소장자 이정애 씨는 이듬해인 2011년 10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해달라고 문화재청에 지정 신청을 의뢰했다.



하지만 증도가자가 공론화되면서 ‘진위공방’이 달아올랐다. 문화재청이 문화재 지정을 검토하기 위해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했는데 당시 연구 용역기관이 ‘증도가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주장한 남권희 교수가 몸담은 경북대 산학협력단이었기에 “62개의 활자가 고려시대의 것”이라는 결론은 신뢰를 얻지 못했다. 달아오른 진위논란 때문에 문화재청은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구성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까지 성분 분석과 주조 방식 등에 대한 검증을 의뢰했는데 당시 결론은 진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조사 과정에서 ‘증도가자’의 전승과 취득 경로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진품으로 보기 힘든 이유로 지적됐다. 해당 활자 소장자는 “1232년 이전에 개성에서 주조된 고려활자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유출됐다”고 주장했고 문화재청은 이를 기반으로 일본 골동품 시장을 통해 1995년 무렵 한국으로 들어왔고 4~5명의 ‘손바뀜’을 거쳐 현 소장자 손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고려 금속활자로는 확정된 유물은 없는 상황이며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활자 ‘복 자’ 한 개가 고려 시대의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황 과장은 ”증도가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고려 금속활자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신청자와의 협의를 거쳐 청동초두·수반을 제출받아 분석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북한의 유물과의 비교검토, 취득경위의 확인 등이 분명해 진다면 재심의를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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