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김제시에 위치한 2만㎡ 규모의 대규모 토마토 농장. 온도와 습도·일조량까지 조절되는 최첨단 유리온실에서는 연간 1,200톤의 토마토가 출하된다. 이 농장의 주인은 바로 한국농수산대학이 배출한 전국구 스타 농업인, 28세의 허정수 하랑영농조합 대표다. 중학생 때부터 ‘프로 농사꾼’을 꿈꿨던 허 대표는 지난 2010년 한농대 채소학과에 입학하면서 꿈을 점차 현실로 바꿔나갔다. 한농대가 운영하는 해외 체험 프로그램은 그의 인생을 360도 변화시켰다. 2학년 때 네덜란드로 건너가 현지 토마토 농장에서 일했던 10개월은 고생보다는 오늘의 성공을 만든 큰 밑거름이었다. 허 대표는 “네덜란드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면서 경험했던 분업화 경영시스템을 한국 농장에 도입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귀띔했다. 허 대표처럼 한농대를 졸업한 ‘엘리트 농사꾼’들이 우리나라 농수산업을 책임질 차세대 스타 최고경영자(CEO)로 성장하고 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997년 전북 전주에 문을 연 한농대는 지금까지 4,04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의 가구 평균 연소득은 9,000만원에 달한다. 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일반 농가 평균 소득이 3,722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졸업생별로 보면 중소가축학과의 경우 가구 평균 소득이 1억9,904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축산학과(1억9,491만원), 수산양식학과(1억4,428만원) 졸업생이 1억원을 훌쩍 넘어 대기업 종사자가 부럽지 않았다. 졸업 이후 전체 졸업생의 85%(3,251명)가 농수산업에 종사하며 우리나라 농수산업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한농대의 성공 비결로는 ‘샌드위치 시스템 교육’이 꼽힌다. 3년제인 한농대 학생들은 1학년 때는 농수산업 기초 이론 교육을 받고 2학년이 되면 국내외 농수산 현장에서 직접 실습하는 기회를 얻는다. 3학년이 되면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심화 교육을 받게 되며 이때 자신들만의 사업을 구체적으로 설계한다. 한농대 관계자는 “학생들은 이론과 실습, 다시 심화 이론으로 이어지는 샌드위치 시스템 교육을 통해 실무와 이론 모두를 겸비한 차세대 농수산업 CEO로 탈바꿈한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학생들은 졸업하기 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데 선발되면 최대 4,000만원의 사업비를 받을 수 있다.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한농대 아카데미에 참여해 언제든지 생생한 자문을 할 수 있다. 많은 학생이 한농대를 찾는 이유는 중 하나는 전액 장학금이다. 졸업한 후 6년간 농수산업에 종사하면 학비가 면제된다. 이러한 혜택 덕분에 최근 5년간 4대1이 넘는 입학경쟁률을 보이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한농대는 이날 제18회 졸업식을 갖고 농수산업 차세대 스타 CEO를 꿈꾸는 373명의 학생들을 배출했다. 김남수 한농대 총장은 학위수여식에서 “이번에 새롭게 탄생한 예비 CEO들이 대한민국 농수산업기반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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