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16 비만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9세 이상 성인의 28%(남성 35%, 여성 19%)가 비만군에 속한다. 고도비만과 초고도비만은 각각 4.1%, 0.3%에 이른다. 경제활동인구의 주축인 30~40대 남성은 40% 이상이 비만이다.
성인의 경우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 35 이상이면 초고도비만으로 본다. 키가 170㎝라면 몸무게 72㎏, 87㎏, 101㎏을 넘는 경우다.
비만은 에너지 섭취량이 소모량보다 많아 체지방이 증가하면서 대사이상이 발생한 상태다. 특히 고도비만을 방치하면 고혈압·당뇨병·수면무호흡증·불임·역류성식도염 등 합병증이 생기고 오래되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사망률을 높이는 질병으로 규정한 이유다.
◇대장·위·간·유방암 등 13개 암 발생위험 ↑=살이 찌면 배에 지방이 축적돼 복부비만이 되기 십상이다. 남자는 허리둘레 90㎝(35.4인치), 여자는 85㎝(33.5인치) 이상을 복부비만으로 본다. 폐경 전 여성의 경우 피부 아래층에 지방이 많고 내장지방은 적은 피하지방형이 많다. 반면 남성과 폐경 이후 여성은 복벽 안쪽 내장에 지방이 쌓이는 내장지방형이 많다. 내장지방이 많아지면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고 염증 물질이 늘어나며 혈관 벽에 지방이 쌓이는데 고지혈증·당뇨병·고혈압·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약을 먹어도 완치되지 않는 요인이자 비알코올성 지방간, 수면무호흡증의 위험인자이기도 하다.
각종 암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2002년 비만이 발생 위험을 높이는 암종으로 대장암·식도암·신장암, 폐경 후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 5종을 꼽았는데 지난해 위암·간암·담낭암·췌장암·난소암·갑상샘암·수막종, 다발성 골수종 등 8종을 추가했다.
비만과 각종 질병에서 벗어나려면 음식, 특히 저녁·밤 시간대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기름진 음식과 밥·면 등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단백질,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을 주는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성인 남성의 하루 평균 권장 칼로리가 2,500㎉인데 하루 밥 한 공기 이상 덜 먹어 2,000~2,200㎉ 정도로 낮추면 한 달에 몸무게 0.5㎏가량을 뺄 수 있다. 몸무게가 줄면 허리둘레도 줄고 고혈압·당뇨병 등 대사질환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꾸준한 운동으로 칼로리 소비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숨이 약간 찰 정도로 주 3~5회, 회당 30~6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하고 일상생활 중 활동량을 늘리면 체내 지방, 특히 내장지방이 줄어든다. 다이어트로 근육량이 감소할 수 있으므로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좋다. 근육량이 줄면 운동을 많이 해도 체중을 줄이기 힘들다.
◇식욕자극 호르몬 분비되는 부위 등 절제=BMI 35 이상인 초고도비만이거나 ‘30 이상(고도비만)이고 당뇨병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 등은 위 일부를 잘라내는 비만대사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식도와 만나는 위의 언덕 부분은 식욕자극 호르몬이 주로 분비되는 곳인데 여기를 포함해 위 모양을 유지한 채 바깥쪽 부분을 옷 소매 또는 바나나 모양으로 잘라내고 봉합하는 ‘위소매절제술’이 대표적인 수술법이다. 수술하면 오랫동안 적은 식사량에도 공복감이 덜하고 포만감이 크기 때문에 고도비만 환자의 체중 감량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비만 관련 합병증과 대사질환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우리나라는 내년 중 고도비만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다.
박도중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식욕억제제 등 비만 치료제는 복용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늘어날 수 있지만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비만대사수술은 효과가 좋고 오래 지속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비만학회 베리아트릭(비만대사수술)위원회 이사인 이주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장기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고도비만의 유일한 치료 방법은 비만대사수술이라는 게 국내외 학계의 일치된 결론”이라며 “건보 적용과 동시에 수술 의사·의료기관에 대한 인증제를 시행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수술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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