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도요타 하이브리드 차량의 글로벌 누적 판매 대수가 1,000만대를 넘어섰다. 1997년 ‘프리우스’를 처음 선보인 이후 20년 만이니 연간 50만대씩 팔린 셈이다. 프리우스만 놓고 보더라도 20년 동안 전세계에서 400만대가 팔려 나갔다. 현재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차량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하이브리드라는 신기술로 신시장을 개척한 도요타의 공이 컸다.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게 아니다. 도요타의 친환경차에는 “다 같이 변화를 만들어 나가자(Lets make a difference together)”는 철학이 배여 있다. 요시다 아키히사 한국토요타 사장이 지난 1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프리우스 프라임’ 신차 출시회에서 “도요타는 철학을 바탕으로 친환경 자동차의 성장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경영철학을 뒷받침한다.
하이브리드 명가(名家)로 자리매김한 도요타가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친환경차 분야의 선두주자지만 후발 주자들이 순수 전기차(EV)로 가속을 내는 것과는 결이 좀 다르다. 아직 인프라나 기술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한 계단, 한 계단씩 밟고 올라가겠다는 것이 토요타의 전략이다.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프리우스 프라임’은 이 같은 토요타의 정신을 제대로 담아냈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지난해 3월 국내에 선보인 4세대 프리우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다. 그러나 단순히 전기 충전 기능만 추가된 것이 아니다. 8.8㎾h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기존 모델 대비 전기 모터로 구동할 수 있는 거리를 2배(40㎞)로 향상시켰다. 외관 역시 확 달라졌다. 프리우스 모델 중 처음으로 뒷면에 가운데가 푹 들어간 ‘더블 버블 백도우 윈도우’를 채택해 마치 우주선 같은 느낌을 준다.
한국토요타 영업 부문에서는 프리우스 프라임의 경쟁 모델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기아자동차의 ‘K5 하이브리드’ 등을 꼽지만 개발팀 생각은 다르다. 스기우라 요이치 토요타자동차 수석 엔지니어는 “프리우스 프라임의 경쟁 모델은 프리우스”라고 단언했다. 그만큼 기술력 측면에서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에서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통해 행주대교를 오가는 왕복 70㎞ 구간에서 프리우스 프라임의 직접 타보니 이 같은 도요타의 자신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느 하이브리드 차량과 같이 주차장을 빠져 나가서 저속 주행이 이어진 시내 구간에서는 여느 하이브리드 차량과 같이 시동이 꺼진 것 아니냐는 착각이 들었다. 주행 모드는 총 3가지다. 전기 모터로만 달리는 EV 모드와 전기모터가 주를 이루지만 급가속이나 오르막길에서는 엔진이 뒷받침해 주는 EV 오토모드, 모터와 엔진을 오가며 주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드도 갖췄다.
주행 중 EV 모드를 설정했지만 올림픽대로에서 쌩쌩 달리는 옆차들에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주행중 추월 가속은 일발 중형차를 앞선다. 가속페달을 꾹 누르자 EV 모드의 최대 시속인 135㎞까지 가볍게 치고 나갔다. 비결은 듀얼 모터 시스템이다. 프리우스보다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모터가 하나 더 있다. 특이한 점은 연료와 엔진이 도움을 주는 하이브리드모드에 비해 EV 모드에서의 가속성능이 훨씬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스기우라 요이치 엔지니어는 “PHEV인 만큼 꼭 배터리를 충전하고 가급적이면 EV 모드로 운행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연비는 타의 추종을 불허 할 정도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정부로부터 가솔린 복합연비 21.4㎞/ℓ, 전기 복합연비 6.4㎞/kWh를 인증받았다. 국내에 출시된 PHEV 차량 중 가장 연비가 높다. 하지만 이마저도 숫자에 불과했다. EV 모드로 주행 중 계기판에는 리터당 99.9㎞의 연비가 표시됐다. 기름 한 방울 들지 않고도 최대 40㎞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모드를 오간 최종 연비는 리터당 72㎞에 달했다. 회생 제동 시스템 덕분에 막히는 구간에서 제동을 반복하자 계기판에 찍히는 배터리 충전 용량과 EV 모드로 달릴 수 있는 수치는 조금씩 올라갔다. 물론 70km를 달렸지만 휘발유 게이지는 단 한 칸도 줄어들지 않았다. 전기 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모두 활용하면 한 번 충전 및 주유로 총 960㎞를 달릴 수 있다. 연비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하다.
아쉬운 점은 4,830만원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조향보조시스템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는 첨단 사양들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토요타는 이에 대해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확인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며 “이런 작업들이 끝난 후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토요타는 국내 시장에서 프리우스 프라임을 연간 100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프리우스 HEV가 연간 2,000대가량 팔리는 점을 고려하면 소박한(?) 수치다. PHEV 수요가 HEV에 비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강대환 한국토요타 영업담당 이사는 “프리우스는 전세계 90개 국가에서 고객들의 선택을 받은 차량”이라며 “한국 정부 역시 올해 10만4,000대의 친환경차 공급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만큼 프리우스 프라임의 판매량도 목표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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