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동대문 CJ제일제당 본사 1층 백설요리원. ‘비비고 가정간편식’의 대표 메뉴인 ‘비비고 육개장’ 원료와 똑같은 재료를 앞에 두고 기자가 직접 앞치마를 둘렀다. 부끄럽게도 기자는 평소 요리에 아무 취미가 없어 앞치마를 둘러 보긴커녕 할 줄 아는 음식도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육수, 삶은 고기, 토란대, 대파,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 비비고 육개장에 들어가는 정량의 재료를 레시피 대로 조리하니 식당에서 돈을 주고 사 먹어도 아깝지 않을 만한 음식이 뚝딱 만들어졌다. 이남주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편의식품센터 수석연구원은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맛있는 가정간편식(HMR)을 만들자는 생각에 100명의 평가단 중 80명 이상이 만족하는 제품만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쉽게 해먹을 수 있게 한다’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가정간편식은 실제로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단 몇 개 월 만에 HMR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고 있다. 비비고 가정간편식은 올 들어 2월까지 국·탕·찌개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37.7%로 1위를 달리며 독주 채비를 갖췄다. HMR 열풍으로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비비고 가정간편식만의 차별화된 연구개발(R&D) 역량이 시장 평정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비비고 가정간편식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김무년 CJ제일제당 푸드시너지팀 셰프가 비비고 육개장 재료를 활용해 즉석에서 만들어낸 육개장과 비비고 육개장 제품을 시식해 보니 과연 소비자들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세종호텔과 JW메리어트호텔 한식 셰프를 거친 김 셰프의 손맛이 제품에도 그대로 녹아 있던 것이다.
물론 즉석에서 셰프가 직접 만든 요리가 재료의 원물감이 더 강하고 자극성도 덜 했다. 셰프 요리의 유통기한이 일주일 미만인데 반해 시중 제품은 12개월간 상온 보관이 가능토록 가공 과정을 거친 탓이다. 하지만 재료 함량이 동일해 기본 맛은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제품 맛이 더 자극적이고 감칠맛이 강해 대중적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비비고 육개장을 봉투째 냄비에 넣고 끓이는 셰프를 향해 기자가 “환경호르몬 우려는 없냐”고 묻자 그는 “관련 검사를 통과해 문제 없다”며 “냄비에 쏟고 가열하면 맛이 달아나기 때문에 봉투째 끓이는 방법도 좋다”고 대답했다.
비비고 가정간편식은 마케팅부서에서 신메뉴의 기본 콘셉트와 방향성을 잡으면 식품연구원과 셰프가 유명 맛집이나 전문점을 직접 방문해 음식을 맛본 후 가장 대중적인 맛을 정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후 100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메뉴 평가를 한 뒤 8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제품화하는 식이다. 특히 상온에서도 유지되는 차별화된 맛은 비비고 가정간편식 R&D의 핵심으로 꼽힌다. 재료의 맛과 품질을 떨어뜨리는 고온 가열 위주의 기존 제품과 달리 낮은 온도에서도 9~12개월이라는 유통기한과 맛을 모두 확보했기 때문이다.살균 방법도 소스·건더기·육수 등 모든 재료를 함께 포장한 뒤 동일 온도에서 살균 처리한 과거 방식에서 탈피, 분리 살균 방식을 적용하면서 육수의 풍미와 건더기의 원물 조직감을 향상시켰다.
아울러 조미 원료, 염류·당류 등 가용성 고형분을 최소화해 열 전달을 원활히 만들면서 살균 시간을 단축한 것도 비비고 가정간편식의 특징이다. 데이터와 영양을 중시하는 연구원과 맛을 최우선시하는 셰프 사이에 타협점을 찾는 개발 과정에서 제품의 질도 더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말 논산·진천공장에 별도 생산라인을 구축한 만큼 탕·국류에 추가 신제품을 출시해 사업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며 “지난 1월 미국에서 ‘비비고 사골 곰탕’ 판매를 시작했고, 이달과 다음 달에는 글로벌 전용 ‘비비고 두부김치찌개’와 ‘비비고 버섯육개장’을 수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