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경력·전문직 채용에서 현재 부족한 회계감리 인력을 모두 채우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채용공고에는 회계분야 모집 인원이 ‘00명’으로 적혀 두자릿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충분한 수준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당초 지난 2월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올해와 내년 각각 20명을 늘려 내년까지 75명의 감리인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고려하면 경력·전문인력에서 상당수를 충당해야 하지만 금감원의 예상과 달리 좀처럼 인력 확보에 속도가 붙질 않는 것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금감원은 이달 4일 발표한 자료에서 감리인력 충원 규모를 기존에 비해 10% 넘게 축소한 66명으로 수정했다. 오는 8월 신입 직원 공채를 통해 숫자는 채울 수 있을지 몰라도 전문성 면에는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금감원은 현재 ‘일을 많이 벌여놓은’ 상황이다. 5조원대 초대형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회계기획감리실을 신설했다. 회계기획감리실은 검찰의 특별수사부와 같은 역할을 하며 굵직한 회계 부정을 전담하는 부서다. 또 이해관계자가 많은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인 비상장법인·감사인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직접 회계감리를 맡아서 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회계사 집단인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해당 업무의 주체였다. 감리 분야를 사전예고해 실시하는 테마감리도 종전 20사에서 올해 50사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손이 계속 달리면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실제 회계기획감리실의 인력은 팀장 3명을 포함해 13명으로, 금감원 한 국의 인원인 25명 안팎의 절반이다. 인력 부족은 상장법인 감리주기 단축에도 매우 부정적이다. 현재 국내 상장법인은 25년에 한 번 꼴로 회계감리를 받는데, 이는 3~7년인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 내부에선 최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서 대규모 회계사 이탈이 일어날 경우 ‘금감원에서 이를 받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마저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감리 저변 확충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고 전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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