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다시 한 번 정상화를 위한 항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관투자자 중 대우조선 회사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에 찬성의사를 밝혔고 다른 기관투자자도 잇따라 찬성하면서 추가 자금 수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금융증권부 정하니기자와 알아봅니다.
[앵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면서 이러다 프리패키지드플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한시름 놨습니다.
국민연금이 고심 끝에 채무 재조정안에 찬성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네 국민연금이 장고 끝에 어제 밤 늦게 채무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대우조선은 한시름 놨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전날 밤 투자위원회를 열고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의 대우조선에 대한 자율적 채무조정 방안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금운용본부는 채무조정을 수용하는 것이 기금의 수익 제고에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국민연금과 대우조선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간 협상이 순탄치 만은 않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기까지 산업은행과 기나긴 줄다리기 협상이 있었는데요.
양측은 대면 협상만 네차례, 실무진 간 접촉도 십수차례 했습니다.
지난 13일 양측의 고위급간 만남으로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그날 오후부터 다시 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P플랜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회사채의 상환을 산은이 보증해줄 것을 요구했는데 산은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산업은행은 국민연금 측에 회사채 상환용 자금 1,000억원을 즉시 따로 떼어 예치해두겠다는 추가 제안을 했습니다.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청산되면 회사채 투자자들은 원금 1,000억원 가량만을 챙길 수 있는데 사채권자들에게 일단 1,000억원 상환을 보장하고,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성공 정도에 따라 회수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어제까지 장고를 거듭하던 국민연금은 보유 채권 전체 금액에 대해 채무조정안에 찬성하는 서면결의서를 제출했습니다.
국민연금이 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그동안 입장을 정하지 않은 기관투자자들도 잇따라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재조정이 성사되려면 오늘부터 내일까지 열리는 5번의 사채권자 집회가 모두 통과돼야 하는데요. 일단 오늘 열린 사채권자집회는 결과가 어땠습니까?
[기자]
대우조선의 사채권자 집회는 오늘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오후 5시 그리고 내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총 5차례에 걸려 열립니다.
이 중 한 번이라도 부결되면 자율적 채무조정은 물 건너 가는데요.
가결되려면 각 집회에서 전체 발행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출석해 출석 채권액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합니다.
일단 오늘 오전 열린 첫 번째 사채권자 집회에서 7월 만기 회사채 3,000억원 중 80%인 2,403억원이 참석했고 이중 99.9%의 찬성으로 채무 재조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어 오후 2시에 열린 사채권자집회에서도 채무재조정안은 무리없이 통과됐습니다. 오후 5시부터는 세번째 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역시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제 내일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집회가 남았는데 남은 두 번의 집회 역시 가결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앵커]
전망대로 5번의 모든 사채권자 집회가 가결되면 대우조선은 신규 자금을 수혈받는 거죠?
[기자]
네. 채무 재조정안이 모두 가결되면 대우조선은 당장 이달 말부터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습니다. 일단 유동성 위기는 넘길 수 있는 겁니다.
상반기 중으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사채권자의 총 2조9,100억 규모의 출자전환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면 올 9월쯤 한국거래소 상장 실질 심사를 받아 주식 거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산은은 신규 자금 지원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우조선 경영정상화에 주력해 내년 말부터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대우조선이 법정관리는 피할 것으로 보이면서 한숨 돌리긴 했는데 조선업황 전망이 어두운 만큼 정상화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요?
[기자]
대우조선이 급한 불은 껐지만 이번에 신규 자금을 지원받으면 정말 확실히 살아날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한 의문은 남습니다.
대우조선은 인력 감축과 임금반납, 자회사 매각 등 자구계획과 채무조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결국 정상화를 위해선 세계 조선 업황이 회복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당초 내년에 조선업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봤던 영국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은 최근 조선업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며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내년 선박 발주량을 기존 2,950만톤에서 390만톤이나 낮춰 잡은 겁니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이 해외에서 일감을 따오는 데도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법정관리행은 피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는 거죠.
/정하니기자 honey.jung@sedaily.com
[영상편집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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