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8년 약 440조원(3,833억달러·가트너 기준) 규모로 커질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놓고 네이버 등 국내 대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이른바 글로벌 ‘빅4’ 업체가 공고한 과점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빈틈을 뚫고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네이버는 자회사인 NBP를 통해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이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박원기 NBP 대표는 이날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클라우드 기술에 대한 다각적인 투자와 다양한 제휴사와의 협업을 통해 2년 안에 글로벌 ‘톱5’ 회사로 발돋움하겠다”며 자신감에 찬 신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터넷 사용자가 가상의 중앙 컴퓨터에 접속해 소프트웨어(SW)나 데이터를 유료로 빌려 쓰도록 하는 사업이다. 가상 공간에 있는 서버를 구름 모양으로 표시하는 관행에 따라 ‘클라우드(Cloud)’라고 부른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을 위한 기본 인프라로 꼽힌다. 이 기술들은 모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산한다.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선 실생활의 데이터를 가상의 저장공간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박 대표는 “자율주행차 1대가 2시간만 운행해도 4PB(페타바이트·DVD 영화 약 70만편 용량)의 데이터가 생산된다”며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잘 보관하고 원하는 목적에 맞게 분석하기 위해선 클라우드 서비스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AI 알고리즘이나 자율주행차 시스템이 상황을 판단하는 ‘뇌’라면 클라우드는 기억을 저장하는 ‘육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약 280조원(2,46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장을 아마존과 구글, MS, IBM 등 4개 업체가 절반이 넘는 63%(2016년 4·4분기 기준·가트너 집계)를 차지해 사실상 과점인 상황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빅4와 경쟁해도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검색 서비스(네이버 포털)와 모바일 메신저(라인), 사진·동영상공유 앱(스노우) 등을 클라우드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를 쌓았다는 것이다. 여기다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방해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면 단기간 내에 빅4와 경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네이버는 올해 안에 한국을 포함해 미국, 홍콩, 독일, 일본 등 6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후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 글로벌 업체와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1등 업체 KT(030200)를 비롯해 SK(034730)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SK C&C와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KT는 이날 목동에 위치한 ‘클라우드 데이터 2센터’에 기업전용 저장 공간을 추가로 구축한 사실을 공개했고 SK C&C는 최근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발 빠른 행보에 나섰다.
한 네이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선 클라우드 서비스의 경쟁력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며 “글로벌 기술 패권의 마지막 격전지가 바로 클라우드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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