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의 엉덩이가 크고 탄력 있는 데다 윤기까지 흐르니 듬직하다. 이런 말을 타고 길을 나서면 ‘출마’요, 떨어지면 ‘낙마’이고 말 정류장 격인 하마비 앞에서 인사에 관한 풍문이 돌면 ‘하마평’이 된다. 말과 관련된 용어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을 정도로 말은 우리 선조의 삶과 밀접했다. 삼국시대부터 기마도가 즐겨 그려졌으나 조선시대에는 말 그림이 적었다. 겸재 정선이나 단원 김홍도, 현재 심사정 등이 말을 그리기는 했지만 이들은 행려도의 일환으로 말을 등장시켰을 뿐 주인공으로 부각시킨 예는 드물다. 그래서 조선 후기 선비 화가 공재 윤두서(1668~1751)가 남긴 ‘백마도’는 예술성에서나 희소성에서나 추앙받는다. ‘자화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인물화 못지않게 말 그림에 뛰어났다. 보물 제481호로 해남 윤씨 가문에 전해지는 고화첩에 포함된 이 백마 그림은 윤두서의 예리한 관찰력과 뛰어난 필력이 돋보인다. 말의 몸통과 엉덩이는 비대할 정도로 풍만해 풍요로움까지 느껴지는데, 살짝 들어 올린 뒷다리가 생동감을 더한다. 서화첩에는 자화상을 비롯해 나물 캐는 여인을 그린 ‘채애도’ 등의 인물화가 수록됐다. 이후 김홍도 등에게 영향을 준 풍속화와 윤두서의 다양한 회화세계, 실학자적 면을 두루 볼 수 있는 사료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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