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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적셔주는 설악산 3色 폭포] 은색 비단 늘어뜨린 듯...여기가 무릉도원일까

■맏형격 토왕성폭포

산봉우리서 시작 총 길이 320m '웅장한 비경'

■짜임새 있는 육담폭포

여섯개의 작은 폭포·연못 품어 '아기자기한 맛'

■기세 만만찮은 비룡폭포

쌍천의 지류 동해로 향하다 만든 '한폭의 동양화'

전망대에서 바라 본 토왕성폭포는 장대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일상화한 연무 탓에 명료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바위와 숲을 가르며 하얀 실처럼 떨어지는 물줄기는 가까이 접근해볼 수만 있다면 그 장엄한 규모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난 2015년 말 설악산 토왕성폭포가 개방됐을 때 45년 만에 열린 이 처녀지가 궁금했지만 가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 후로도 한동안 설악을 찾을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1년6개월 만에 토왕성폭포를 보기 위해 여장을 꾸렸다. 떠날 때는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어 가슴을 졸였는데 비는 내리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그렇다고 하늘이 쾌청하지도 않았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연무 탓인지 어쨌든 시계(視界)가 흐렸다. 미시령을 넘어서자 그나마 하늘이 조금 맑아 보이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토왕성 폭포는 설악산국립공원 외설악의 칠성봉(七星峰·1,077m) 북쪽 계곡 450m 지점에 위치한다. 이곳으로 가려면 매표소를 지나 왼쪽에 있는 설악산탐방안내소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들어가야 한다. 거리도 멀지 않아 매표소에서 2.6㎞만 걸으면 된다.

2.6㎞는 짧은 거리지만 그 코스 안에 폭포가 세 개나 있다. 그중 먼저 길손을 맞는 것은 육담폭포다. 설악동 비룡교를 지나 1.8㎞를 걸으면 나오는 육담폭포는 여섯 개의 작은 폭포와 연못으로 이뤄져 있다. 육담폭포는 낙폭이 크지 않고 물의 양도 적지만 좌우로 암반에 둘러싸인 모습이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봄 가뭄에 수량이 부족한 탓인지 웅장한 맛은 없지만 여섯 개의 못 중 첫 번째 못은 제법 깊어 검푸른 빛을 띠고 있다. 육담폭포는 세 개의 폭포 중 가장 작지만 짜임새 있는 풍경을 과시하며 상류에 있는 두 개의 폭포에 기대감을 더하게 했다.

육담폭포를 지나면 곧이어 모습을 드러내는 비룡폭포는 쌍천(雙川)의 지류가 동해로 향하는 와중에 만들어 놓은 한 폭의 동양화다. 화채봉(華彩峰) 북쪽 사면에서 내리꽂는 이 폭포는 맏형 격인 토왕성폭포(土旺城瀑布)가 쏟아내는 수량을 막내 육담폭포로 중계하고 있다. 해발 370m에 위치한 비룡폭포의 높이는 16m 정도지만 쏟아지는 기세는 만만찮다.

설악동 비룡교를 지나 1.8㎞를 걸으면 나오는 육담폭포는 여섯 개의 작은 폭포와 연못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부터 거의 40도 경사의 계단을 30분가량 걸어 올라야 먼발치로나마 토왕성폭포를 바라볼 수 있다.

대승폭포·독주폭포와 함께 설악산 3대 폭포로 꼽히는 토왕성폭포는 일반에 개방됐다고는 하지만 폭포까지 다가가 볼 수는 없다. 입산통제 구역 안에 있어 일반에 접근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이렇게 전망대에서 바라볼 뿐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인 문대원씨는 “토왕성폭포는 1년에 단 한 차례 겨울철 빙폭 등반대회 기간만 개방됐다”며 “하지만 2015년 12월 비룡폭포 탐방로를 500m 정도 연장하고 전망대를 설치해 언제든지 멀리서나마 토왕성폭포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폭포를 보는 게 수월하지만은 않다. 비룡폭포를 거쳐 토왕성폭포로 향하는 순간부터 500m의 코스가 대부분 계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략 30분가량은 다리 아프고 숨이 차오르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계단 끝까지 오르면 드디어 30㎡쯤 되는 데크가 나타나는데 이곳에는 무료로 볼 수 있는 쌍안경과 열댓명이 앉을 수 있는 계단식 의자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 서야 비로소 토왕성 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DSLR카메라를 가져갈 경우 전망대와 폭포의 사이가 멀다고 해서 망원렌즈를 가져갈 필요는 없다. 폭포의 길이가 길어 망원렌즈를 들이대면 폭포가 잘리기 때문이다. 표준렌즈 정도면 폭포를 찍는 데 아무 문제없다.

비룡폭포는 쌍천(雙川)의 지류가 동해로 향하는 와중에 만들어놓은 한 폭의 동양화다.


신광폭포(神光瀑布)라고 불리는 토왕성폭포는 2013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6호로 지정됐다. 토왕성폭포가 신기한 것은 전망대에 설치된 쌍안경으로 살펴보면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산봉우리에서 물이 쏟아지는 모습이 엄연하기 때문이다. 이 물은 화채봉에서 흘러내려 칠성봉을 거쳐 쏟아지는 것으로 상단 150m, 중단 80m, 하단 90m 등 총 연장 320m에 걸친 연폭(連瀑)이다. 토왕성폭포는 신흥사 동남쪽에 버티고 있는 석가봉·문주봉·보현봉·문필봉·노적봉 등에 둘러싸여 있는데 옛날부터 사람들은 “마치 선녀가 흰 비단을 바위 위에 널어 놓은 듯하다”고 풍경을 묘사해왔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토왕성폭포는 장대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일상화한 연무 탓에 명료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바위와 숲을 가르며 하얀 실처럼 떨어지는 물줄기는 가까이 접근해볼 수만 있다면 그 장엄한 규모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 탐방센터에서 만났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문씨의 말대로 상당량의 비가 내린 후 맑게 갠 날 이곳을 찾아야 비로소 이 폭포의 웅자를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사진(속초)=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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