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기술(IT)의 발달에 힘입어 장애인의 불편을 덜어주는 똑똑한 웨어러블 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 점자를 적용한 스마트워치나 재활을 돕는 게임 등 스타트업 기업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를 출시한 스타트업 가운데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거나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스타트업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스마트워치를 내놓은 ‘닷(Dot)’이다. 이 회사가 2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스마트워치 ‘닷 워치’는 스마트폰에 블루투스로 연결해 시간과 문자, 날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등을 점자로 확인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 위치한 4개의 셀이 문자와 숫자를 점자로 출력해준다. 전화가 오면 발신자의 이름이나 번호를 점자로 확인한 뒤 전화를 받고 끊을 수 있게 해 준다.
닷 워치는 같은 기능을 가진 기존 점자단말기와 비교해 크기는 20분의1, 가격은 10분1인 3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탁월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13개국에서 350억원 규모의 선주문을 기록했으며 이달부터 영국 선적 물량을 위한 양산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7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김주윤 닷 대표는 “저 자신은 안경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시력이 좋지만 미국 유학 시절 시각장애인 친구의 불편함을 보고 닷 워치를 구상했다”며 “지금도 고객들의 후기에 직접 응대하며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We inspire hope(우리는 희망을 불어넣습니다)’. 올 1월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네오펙트의 슬로건이다. 이 회사는 뇌졸중 등 신경계와 근골격계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스마트 재활기기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로 주목을 받고 있다.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손과 손목, 팔 아랫부분의 재활훈련을 돕는 장갑 형태의 의료기기다. 이 부분의 마비를 겪는 환자들이 고통스러운 재활 훈련을 다양한 게임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솔루션을 내놓고 언제 어디서나 지속적인 재활 훈련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포스코벤처파트너스와 DSC인베스트먼트·SBI코리아·세종벤처스 등으로부터 118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현재 국내 50개 병원에서 사용 중이며 미국에서 개인 환자 렌털 서비스를 시작해 약 100여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국내에서도 오는 6월 가정용 대여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는 KAIST 재학 시절 아버지를 뇌졸중으로 잃었다. 고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한 뇌졸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돕겠다는 다짐이 그를 네오펙트 창업으로 이끌었다.
게임을 통한 재활이라는 아이디어를 신체의 관절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곳도 있다. 올 1월 설립된 엑소시스템스는 ETRI가 개발한 동작 인식기기 ‘엑소센스’를 응용해 신체의 관절 모듈형 재활 기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작동 원리는 네오펙트와 비슷하다. 재활 환자가 게임을 즐기며 자연스레 재활이 필요한 신체 부위를 사용하게 해 재활을 돕는 것이다. 올해 중 완료를 목표로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미 초기 투자도 유치했다.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웨어러블 기기의 성장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이한주 대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제한적일 것 같지만 장애인에게는 획기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필수품인 경우가 많아 오히려 시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세계 웨어러블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226억달러(약 30조원),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재활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2021년까지 129억달러(약 14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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