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원주와 강릉을 잇는 고속철도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현대건설 등 4개 건설사에 700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들러리 사(社)가 현저하게 낮은 금액을 써내 미리 합의한 건설사가 손쉽게 최저가 입찰에서 공사를 따내도록 하는 새로운 수법을 사용했다.
20일 공정위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원주-강릉 철도 노반공사 입찰에서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케이씨씨(KCC)건설 등 4개사의 담합행위를 적발하고 701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4개사는 최저가 입찰제도를 악용하는 담합 수법을 사용했다. 현재 최저가 입찰제도는 단순히 최저 가격을 제출하는 업체가 공사를 따가는 게 아니라, 입찰금액이 적정한 수준인지를 심사한 뒤 심사를 통과한 입찰자 중에서 최저가격을 낸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들러리 3개사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입찰 가격을 써내 평균 투찰금액을 낮추면, 미리 낙찰받을 것으로 정해놓은 1개사가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건설사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 공사를 따냈다. 예를 들어 2공구 5번 공종 투찰율을 보면 KCC건설(54.28%), 현대건설(54.55%), 두산중공업(54.74%)이 다른 입찰자들이 예상하는 저가투찰 판정기준(73.68%)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써냈다. 때문에 저가투찰 판정기준이 72.6%로 하락했고, 투찰율이 73.417% 한진중공업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런 방식을 통해 이들은 입찰이 부쳐진 7개 공구 중 각각 한 개씩 총 4개 공구(낙찰 금액 5,871억8,000만원)를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이들 4개사가 입찰일 직전일과 입찰 당일에 걸쳐 35회 이상 전화통화,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받으며 사전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메신저를 통해 필요한 서류를 공동으로 검토해 공구별 낙찰 예정사의 투찰 가격을 결정했다.
이에 공정위는 시정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를 결정했다. 현대건설이 216억9,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KCC건설(163억3,000만원), 두산중공업(161억100만원), 한진중공업(160억6,800만원) 순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들러리가 저가투찰 판정기준을 높여 다른 입찰자들을 탈락시키는 기존 수법과는 다른 최저가낙찰제를 교묘하게 악용한 새로운 담합 수법”이라며 “앞으로도 공공 입찰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 1단계 심사인 부적정공정에서 정보를 교환한 28개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부적정공정 심사란 공구당 세분화 된 30개 공종 중 투찰금액이 공종기준금액의 80% 미만인 특정 공종의 수가 전체 공종의 20% 이상일 경우 탈락을 시키는 제도로 2016년 폐지된 제도이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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