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담지 않은 IT 펀드가 소리 없이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4차산업’으로 부각되는 업종의 중소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은 펀드는 기업실적과 대선 이후 정책 수혜 펀드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11개 IT 펀드의 수익률은 9.66%로 도널드 트럼프 수혜 기대감이 높았던 인프라 펀드의 수익률 5.52%보다 월등히 높았다. 최근 한 달 사이 수익률은 3.65%로 금 펀드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TIGER소프트웨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지난 2012년 5월 설정된 이 펀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16.76%이며 1개월 수익률도 5.64%에 달한다. 뒤를 잇는 ‘미래에셋TIGER200IT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과 ‘미래에셋TIGER코스닥150IT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역시 연초 이후 수익률이 13.16%, 10.41%로 펀드 수익률이 침체기인 가운데 높은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IT 펀드 수익률이 상승세를 타는 것은 삼성전자의 영향이지만 삼성전자가 없거나 비중이 낮은 펀드의 수익률이 더 높은 경우도 많다. ‘미래에셋TIGER소프트웨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의 경우 엔씨소프트(036570)의 편입 비중이 22.38%로 가장 높았고 네이버(21.95%), 삼성SDS(19.18%)가 뒤를 이었다. 카카오(035720)와 컴투스(078340)의 편입 비중도 12.15%, 4.03%로 전체 상위 5개 편입 종목 중 4개 기업이 대기업 그룹 계열사가 아닌 인터넷·게임 업체 등 중소형주로 구성됐다. ‘미래에셋TIGER반도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은 삼성전자 대신 SK하이닉스(000660)를 29.48% 담았다.
중소형 IT 펀드의 강세는 최근 4차 산업혁명 돌풍과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중소형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원익IPS(240810)·서울반도체(046890)·AP시스템(265520) 등은 모두 코스닥 반도체 업종 내에서 높은 주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엔씨소프트·카카오·컴투스 등 게임·소프트웨어 업체도 4차산업 시대를 이끌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수혜주로 꼽히면서 연초 이후 주가가 ‘V’자 반등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IT 종목이 연초 이후 크게 상승했지만 여전히 저평가 상태인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소프트웨어 등 IT 대형기업이 1·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펀드 투자를 계획하는 투자자들은 IT 업종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하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차기 대선주자의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4차산업을 강조하고 있다”며 “코스닥 중소형주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만큼 합리적 투자 판단에 집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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