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 브랜드로 유명한 화장품 업체 ‘에이블씨엔씨’가 투자회사에 사실상 매각됐다.
에이블씨엔씨는 대표이자 최대주주인 서영필 회장이 에이블씨엔씨 지분 25.5%인 431만3,730주를 자회사인 리프앤바인에 매각한다고 21일 공시했다. 토종사모투자펀드인 IMM PE가 만든 투자회사 비너스원은 리프앤바인 주식 100%를 인수하며 에이블씨엔씨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비너스원이 리프앤바인을 활용해 서 회장의 지분을 우회 인수한 셈이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서 회장의 지분은 3.77%로 줄어들었다. 사실상 회사가 투자회사에 매각된 것이다. 서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에이블씨엔씨 지분 29.27%를 보유하고 있었다.
서 회장이 회사를 계속 경영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서 회장이 아예 경영에서 손을 떼는지 등 자세한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경영권 양도 여부는 차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브랜드숍 신화 서영필의 눈물
‘보라색병’ 능가하는 히트제품 육성 실패’
중저가 브랜드 경쟁과열에 입지 좁아져
서 회장은 한국에 브랜드숍 시장을 만든 장본인이다. 2000년 처음으로 특정 회사 제품만 판매하는 브랜드숍 매장인 ‘미샤’를 선보이며 저가 브랜드 시장을 열었다. 미샤는 화장품 한 개에 3,300원이라는 혁신적인 가격대를 선보이며 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다.
2012년에는 에스티로더 ‘갈색병’에 도전장을 던진 ‘보라색병’ 등 미투 제품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미샤 신화’를 써내려갔다. 그러나 중저가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시장이 과열됐고 장기간 보라색병을 능가하는 히트 제품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이로써 더페이스샵과 이니스프리에 자리를 내주며 최근에는 3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서 회장이 실적 부진을 위해 세컨드 브랜드 ‘어퓨’를 구원투수로 등장시켰지만 미샤의 부진을 타개할 메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단독 브랜드보다는 여러 가지 아이템을 한곳에서 살 수 있는 뷰티&헬스 스토어와 같은 개념의 편집숍을 선호함에 따라 브랜드숍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특히나 브랜드숍 1·2위를 달리는 이니스프리·더페이스샵의 경우 과열 경쟁 속에서도 대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와 마케팅력에 힘입어 3위와 격차를 갈수록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샤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자를 맞이해 도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서 회장의 지분 매각은 단일 브랜드숍의 한계를 보여는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이지윤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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