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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통으로 일주일 살아보기 (2)

PARCHED. A WEEK EXPLORING HOW WE’LL HAVE TO LIVE IN POST-WATER AMERICA



입 헹군 물도 재사용하라! 입을 세처하는데 사용한 모든 물은 양동이에 모아져 변기용으로 사용된다.




화장실에서


첫날 밤 샥슈카는 맛있었다. 그리고 고귀하고 사려깊고 부족한 것 없는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또 다른 딜레마가 있었다. 아이켄시허가 그 해결을 도와주었으면 싶었다. 시각은 늦은 저녁이었고, 예상했다시피 아이켄시허는 아직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 둘 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아이켄시허에게 물었다. “우리 집 화장실에 들어가면, <하루 치 소변>이라고 적힌 통이 있어. 소변을 볼 때 거기에다 봐 줬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캘리포니아 출신일 거라고 짐작은 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는 필자가 가본 집의 거의 절반의 화장실이 그 집 식구들의 오줌으로 지저분한 상태였다. 지난 2014년 1월,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 제리 브라운은 가뭄으로 인한 비상 사태를 선포하면서, 주민들에게 물 사용량을 20% 줄일 것을 주문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흔하게 사용되었던 방법은 변기 물을 내리는 횟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노란 색 요강을 사용했고, 이는 캘리포니아 주 어느 집을 가건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또한 이번 한 주 동안 샤워 시간을 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매일 <더 위켄드>의 3분 57초짜리 노래 <식스 피트 언더>를 틀어 놓고 샤워를 시작한 다음 이 곡이 다 끝나기 전에 샤워를 마쳤다.

그리고 샤워 중에는 아까 샀던 커다란 파란색 물통 안에 들어가서 한다. 때문에 사용한 모든 물과 비누, 샴푸는 이 물통 안에 회색으로 변하며 고이게 된다. 샤워헤드는 한 번 샤워할 때마다 22리터의 물을 뿜어낸다.

음악이라는 타이머가 있지만 김을 설설 피워 올리는 따스한 물을 끄려면 매번 엄청난 의지의 힘이 필요하다. 게다가하필이면 실험 기간에 때맞춰 한파가 몰려왔다. 보통 추운 아침에 달리기를 한 다음에 샤워를 하곤 한다.

아파트는 결코 춥지 않았지만, 샤워할 때말고는 언제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고 싶었다. 이성은 지구를 살리자고 호소했지만, 감각에 의존하는 충동은 따뜻한 게 최고라고 외치고 있었다.

매닝의 핸드북에는 훌륭하고 현명해 보이는 정신개조 방법이 적혀 있었다. 스스로에게 3분이면 6분에 비해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샤워를 너무 오래 하지 않기 때문에 샤워를 즐기면서 할 수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케이크의 첫 맛은 끝 맛에 비해 미각을 훨씬 더 강렬하게 자극하지 않는가.

미주리 주립 대학 스프링필드 캠퍼스의 로버트 존스는 지속 가능성의 심리학을 연구했다. 그는 너무 짧은 샤워나 기타 제한된 물 사용으로 인한 불편은 감당할만한 경미한 수준이라는 의견을 견지한다. 이만한 불편도 감당할 수 없거나, 그 불편을 완화하고자 하는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면, 습관을 바꿔야 한다. 그는 “유혹을 주지 않는 환경을 만들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샤워를 하고 싶다면, 그 유혹이 사라질 때까지 산보를 하라. 좀 강경한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극단적인 방법은 아니다. 과소비를 막는 것은 다른 나쁜 습관을 끊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절약이라는 새롭고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죄책감은 큰 동기 부여 수단이었다. 매일 샤워를 하고 물통 속에 고이는 물을 보았다. 또한 욕실 하수구에 타파웨어 용기를 달아 손과 입을 세척한 물을 모두 수거했다. 매일 1리터 정도가 모였다. 실험 제2일차에 여동생은 더 화끈한 유인책을 고안해냈다. 필자가 하거나 하지 않는 일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자의 실험에 대해 거리낌 없이 말해주는 것이었다.

집에 오자 한 주 동안 입고 운동했던 겉옷을 벗었다. 옷은 땀에 찌들어 더러웠고 약한 냄새까지 났다. 저녁으로 구운 감자와 양배추를 버무려 먹었다. 레베카는 혼자 먹으려고 미트볼을 만들었다.

샤워를 하면 파란 물통은 거의 다 찬다. 그래서 그 속에 고인 하수를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의 집에는 마당이 없으므로 조경 용도로는 쓸 수 없다. 그래서 변기용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벗겨진 피부 세포와 비누가 들어간 물을 변기의 물탱크에 넣으면, 상수를 사용하지 않고도 변기의 물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잘 해결되었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 제대로 해결된 게 아니다. 변기는 한 번 사용할 때마다 4.9리터의 물을 사용한다. 그런데 하루에 샤워로 배출되는 하수의 양은 그것의 4.6배나 된다. 그리고 하루에 이 많은 물을 다 쓸 만큼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하수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좋은 일을 잘 하고 싶었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남아도는 하수는 아까 얘기한 노란색 요강을 닦을 때 썼다. 그러나 내가 잘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닦다가 튀기는 물은 더러웠다.

아파트에 가득한 것은 하수 뿐이 아니었다. 다른 모든 것들도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주 주말이 되자 안 닦은 채로쓰고 또 쓴 유리컵, 접시, 냄비, 팬 등이 식기세척기 내부를 빼곡이 메우고 있었다. 용기들의 안에는 필자가 먹었던 음식들이 거의 화석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빨래도 해야 했다. 청바지를 1주일 내내 입고 있었다. 청바지 1벌을 만드는 데는 9,842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청바지를 하루에 1번씩 냉장고 속에 넣어 두었다. 그러면 자외선으로 일광소독을 할 때처럼, 냄새를 유발하는 박테리아가 죽는다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과학적 근거는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리고 1주일 동안 셔츠도 2장만 입었다. 첫 번째 셔츠는 중고 상점에서산 플란넬 셔츠다. 이 셔츠 1장을 제조하는 데는 물 2,649리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원 주인은 그런 거 생각 안 해봤을 것이다. 나머지 셔츠 한 장은 운동용 러닝셔츠다. 이 셔츠는 합성 섬유로 만들어져 물 발자국이 적지만 탄소 발자국은 꽤 크다. 운동복 역시 합성 섬유로 만들어져 있다. 이 운동복을입고 열심히 달렸다. 교복처럼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생활 하는 것도 꽤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일하므로 여동생 이외의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 물론 패션 감각에 대한 동생의 평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실험이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도, 이들 의류들의 양은 세탁기를 가득 채울 만큼이 되지 않았다. 자원 보전의 원칙에 따라, 최대한의 세탁물을 넣지 않고서는 고효율 세탁기를 작동시켜서는 안 되었다. 덴버 시가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전자 기기에 상을 주고, 환경보호청의 워터센스 프로그램(수자원판 <에너지 스타>) 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환급금을 지급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인증을 받은 제품은 인증 라벨이 붙어 있으며, 다른 제품에 비해 물 사용량이 20%나 적다.

그러나 여전히 집은 뭔가 잘못된 느낌을 주었다. 질서와 단정함, 청결함을 좋아한다. 그런데 지난 1주일 동안 싸질러 놓은 것들 속에 파묻혀 있다.

“셔츠에 쓰이는 물이 얼마나 될 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세탁은 감안 하지 않더라도, 만드는 데 드는 물만 봐도 플란넬 셔츠 1장 당 2,649리터나 된다.”



■ 물 한 통으로 일주일 살아보기 (1)
■ 물 한 통으로 일주일 살아보기 (3)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SARAH SCOLES, PHOTOGRAPHS BY MATT 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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