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악재를 피해갈 수 있는 해외 투자처로 VIP(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가 뜨고 있다. 세 나라는 탄탄한 내수시장과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24일(현지시간) 베트남 대표지수인 호찌민지수는 709.30포인트로 올 들어 5.56%나 올랐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종합지수와 필리핀 종합지수도 각각 6.94%, 10.79%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것과 달리 세 나라 증시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VIP 국가들은 경제성장률에서도 지난해 6.2%(베트남), 5.1%(인도네시아), 6.3%(필리핀)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VIP 국가들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글로벌 증시의 악재인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필리핀 모두 경제에서 내수 비중이 높아 대외 충격을 덜 받는다. 세 국가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소비 비중은 지난 2015년 기준 63.2%로 글로벌 평균 58.2%와 비교해 5%포인트 높다. 대외 불확실성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의미다. VIP 국가에서 금리 인상에 민감한 1차 산업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세 국가 중 국내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가장 쉬운 나라는 베트남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베트남 증시 관련 상품을 2000년대 중반부터 많이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베트남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소재·산업재·금융업종의 개선세가 뚜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증권계에서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투자 시 에너지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1위 원자재 수출 국가로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때 수혜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에서 아직 인도네시아 투자 상품은 적은 편이다. 유동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포트폴리오에 중국이나 동남아 비중을 줄이고 인도네시아를 높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투자의 경우에는 최근 정부의 정책 모멘텀이 약화돼 당분간은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16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되는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프라 정책이 힘을 잃었다”며 “주가가 박스권 등락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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