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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기울어진 운동장]증권·은행업계 설전…논리와 해법은

올 초 증권업계와 은행업계 사이에서는 설전이 펼쳐졌다. 포문은 지난 2월 6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열었다. 황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은행업권에서 자산운용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는데 이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서만 일임업을 허용하는 것으로 합의된 만큼 다른 자산운용업으로 확대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신탁업법을 현재의 자본시장통합법에서 분리하겠다고 밝히는 등 은행업계가 자산운용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비판한 것이었다. 이 같은 비판에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두 영역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겸업주의로 은행·증권 간 밥그릇 싸움을 없애자”고 강조하며 은행의 자산운용업 진출에 대한 뜻을 내비쳤다. 금투협은 다시 이튿날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금융제도는 전업주의를 근간으로 해왔다”며 “이는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 업권 간 특성에 따라 영역별 전문화된 경쟁력을 키우고 업권 간 동질화로 인한 문제 및 금융 업권간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막는 등 여러 제도적 취지와 함의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 회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신탁을 둘러싼 증권·은행업계의 이 같은 논쟁이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탁업’이라는 영역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전업·겸업주의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신탁업법을 자본시장법에서 분리할지 자본시장법에 계속 남겨둘지는 사실 본질이 아닌 포장에 관련된 이슈”라며 “포장을 어떻게 할지 보다는 신탁법에서 바뀐 내용을 자본시장법이나 분리된 신탁업법에 제대로 반영시킬 수 있을지가 더욱 중요한데 현재의 논의는 거기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신탁이라는 수단이 유연하게 활용될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업권 간의 칸막이를 두고 있는 자본시장법을 우회하는 수단이 되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신탁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면 자본시장법의 개정과 같은 좀 더 근본적인 시각에서 검토를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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