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고가 의약품으로 꼽히는 다국적제약사의 유방암 신약이 잇따라 건강보험 급여 판정을 받으면서 환자들의 부담을 크게 낮춰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 출시 후 보험 급여를 받기까지 길게는 3년이나 걸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산하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최근 로슈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의 건강보험 급여를 승인했다. 최종적인 급여 적용 여부와 약가 산정이 남아 있지만 출시 3년에 접어드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급여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환자당 연간 1억원을 웃돌았던 약값도 수십만원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에는 로슈의 또 다른 유방암 치료제 ‘퍼제타’가 건강보험 급여를 위한 첫 관문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다. 퍼제타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60%를 차지하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HER2)에 양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효능이 뛰어난 신약이다. 하지만 2013년 5월 국내 출시 이후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환자들은 연간 7,000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지불해야 했다. 앞서 세 차례 심사에서 탈락한 지 3년 8개월 만에 급여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화이자의 유방암 치료 신약 ‘입랜스’도 급여 신청 목록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판정을 받기까지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입랜스는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새로운 기전을 적용해 암세포가 다른 장기에 전이돼 완치가 어려운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주요 대상이다. 하지만 1정당 가격이 21만원으로 연간 치료비만 8,000만원 안팎에 달해 조기에 급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조기에 진단을 받은 초기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인 반면 전이성 유방암 환자 생존율은 22%에 불과하다”며 “최근 출시되는 신약들이 급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소요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유방암의 국내 환자 규모는 2만명 수준으로 전 세계 환자 170만명의 1.2% 수준이다. 하지만 매년 유방암 환자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최근 4년 새 증가율도 44%에 이른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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