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류업체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마케팅 활동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단순 이벤트뿐 아니라 신 점포 오픈 소식·캐릭터 공모전·시식단 모집·모델 선발 등 거의 모든 게시물에 시정조치를 내린 것. 업계에서는 “관련 법을 너무 과도하게 해석한 행위”라며 “SNS 마케팅을 아예 그만두라는 말”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광고기준 위반 주류광고 내용’ 문건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롯데주류·하이트진로(000080)·무학·보해양조·한라산·금복주·국순당·페르노리카코리아 등 17개 주류 제조·판매업체가 올 1월부터 3월까지 진행한 53개 페이스북 광고에 대해 기준을 위반했다며 시정조치를 내렸다.
민간단체인 대한보건협회에서 해오던 음주 조장 환경 모니터링 업무를 올해 초부터 공공기관인 건강증진개발원으로 이관된 뒤 나온 첫 조치다. 해당 업체 대다수는 적발 광고를 페이스북에서 곧바로 삭제했다.
업계는 특히 이번 조치가 SNS 마케팅 금지 수준으로 범위를 확대 적용했다는 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예전에는 소주·맥주 등 일부 업체에 한정해 심각한 위반 사항이 있을 때만 조치가 이뤄졌다. 하지만 건강증진개발원이 총대를 멘 이후에는 적용 범위가 위스키·와인·수입 주류·막걸리 등 전방위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내용도 경품 이벤트나 청소년에 음주를 조장하는 광고 수준을 넘어 금양인터내셔날의 ‘블로거 시식단 모집’,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의 마스코트 두꺼비 캐릭터 공모전’, 보해양조의 ‘대학내일과 함께하는 브랜드 모델 선발’,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양조장 신논현점 오픈’ 등 거의 모든 항목으로 확대됐다.
SNS 주류 광고 모니터링이 정부기관 쪽으로 넘어가고 그 강도도 대폭 강화된 것은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슬라이브’ 동영상 논란이 일면서부터다. 하이트진로는 2015년 11월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 TV캐스트 등에 인기 가수들이 실제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게재해 9개월 만에 조회 수 7,000만건을 돌파했다. 당시 이 동영상들은 “24시간 접근 가능한 매체에서 청소년들의 모방 음주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복지부는 이에 대책을 강구하겠다 나섰고 이것이 지금의 정부 규제 강화로 연결됐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SNS 관련 주류 광고 규제 기준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판 여론부터 막자’는 식으로 뜬금없이 법 해석을 포괄 적용하며 진행됐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0조에는 ‘음주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표현’ 등 해석이 모호한 항목이 많다. 매체별로는 TV와 라디오 등에 대한 기준만 있을 뿐 SNS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기준이 없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법 해석을 과도하게 해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아예 닫으라는 소리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올해부터 공공기관이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꼼꼼하게 봤다”며 “모니터링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으며 조치도 수시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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