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대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면 신용카드만 따져도 최소 5,000억원대의 순이익이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 인하 공약은 정부가 가격에 직접 개입하면서 금융의 기본원칙을 깨뜨리고 금융소비자들의 혜택은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맹점만을 향한 포퓰리즘 공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카드업계와 여신금융협회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가맹점 혜택’ 자료를 보면 문 후보 공약에 맞춰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면 약 5,500억원 내외의 수수료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영세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기준을 문 후보의 공약과 똑같이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중소 가맹점은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올린다고 가정했다.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도 공약처럼 1.3%에서 1%로 했다. 다만 영세 사업자의 경우 문 후보가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아 중소 가맹점과 같은 0.3%포인트 인하(0.8%→0.5%)를 적용했다. 지난해 신한과 KB국민 등 8개 전업계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8,134억원이다.
우선 소비자 손실이다. 카드업계는 최근 들어 꾸준히 할인금액을 낮추고 각종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있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순익이 감소하면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일부 사업자에 혜택을 주려고 일반 카드 사용자의 이익을 빼앗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가격 개입도 문제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 사업자 우대 범위도 논란거리다. 매출 최대 3억원 조건을 5억원으로 확대할 경우 5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월 매출만 4,100만원이 넘는다. 식당 마진율 30%를 적용하면 월수입만 1,200만원을 웃돈다. 이런 곳에 혜택을 주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고소득 업종인 약국에 우대 수수료를 적용해주겠다는 문 후보 측의 공약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의 세액공제만으로도 충분히 가맹점 수수료를 보전하고 남는다는 주장도 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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