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집인 ‘청구영언(靑丘永言)’과 ‘해동가요’, ‘가곡원류’ 등 조선 시대 3대 노래집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은 ‘청구영언’을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 가집(歌集·노래집)을 통해 한글 노랫말의 가치를 살펴보는 기획특별전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 한글 노랫말 이야기’를 28일부터 개최한다.
단연 ‘청구영언’이 눈길을 끈다. 집필자인 중인 출신 김천택(생몰년 미상·1680년대생 추정)은 노래를 잘 할 뿐 아니라 노랫말도 잘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구전되는 노래가 사라지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기고자 결심해 고려말부터 17세기까지 애창되던 가곡의 노랫말 580수를 수집해 한글로 적어 영조 때인 1728년 ‘청구영언’을 편찬했다. 당시 가곡은 조선 상류층이 즐긴 성악곡으로 그 노랫말은 문학적 가치 뿐 아니라 시대상과 언어사용 등을 보여준다.
‘청구영언’ 원본의 존재는 1948년 조선진서간행회의 발행물을 통해 알려졌지만 그 존재가 확인된 것은 70여 년 만이다. 2012년 9월 개관한 박물관은 유물 공개 구입을 통해 개인 소장자로부터 ‘청구영언’을 입수했음에도 원본인지 여부를 모른 채 상설전시 하다 지난해 7월 뒤늦게 원본임을 확인했다. 이번 전시는 ‘청구영언’이 주인공이 돼 그간의 연구·번역 등을 거쳐 대중 앞에 공식적으로 소개되는 첫 전시다. 박물관 측 관계자는 “18세기 가곡 노랫말 연구는 물론 한글 사용의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는 사료로 가치가 높기에 국가 지정문화재 지정 신청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러 작자들이 지어 부르던 구전가요를 모아 쓴 ‘청구영언’의 본질을 살려 전시에서는 각계각층 일반인들의 손글씨로 수록 노랫말들을 만날 수 있다. 김수장의 해동가요(1755년)와 박효관·안민영의 가곡원류(1876년)을 비롯한 유물 총 61점이 전시됐다.
1부 ‘삶의 순간을 노래하다’에서는 한양의 시정을 담은 노랫말을 비롯해 노골적이고 솔직한 사랑의 노랫말을 소개했다. 남녀상열지사의 노랫말들은 별도의 방에 붉은 글씨로 모여있다. 짝사랑·불륜·욕정 등이 담긴 이른바 ‘19금’ 방이라 그 앞에는 ‘청소년과 아이들 인솔자는 각별히 신경 써 달라’는 협조문구도 붙어있다. 청구영언 원본은 2부 ‘세상 노래를 모으고 전하니’에 다른 조선 후가 가집, 악기 등과 함께 전시됐다. 9월3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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