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 분사를 추진한다. 전 세계 D램 시장의 2위 사업자인 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경쟁력 향상을 위해 도시바 인수를 추진하는 데 이어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새로운 승부수를 띄우는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위치한 M8 공장을 주축으로 하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이르면 상반기 안에 분사 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를 하는 팹리스로부터 위탁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해서 공급해주는 일을 뜻한다. 메모리반도체가 설계와 생산이 일원화된 구조인 반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설계·생산의 이원화 구조가 정착돼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로는 대만 TSMC가 있으며 애플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부하이텍이 파운드리 전문회사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사업부는 충북 청주의 M8 공장이 주축이다. 여기에는 약 1,300명의 근로자가 있으며 한 달 생산량은 200㎜ 웨이퍼 기준 월 5만장 수준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파운드리를 포함,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가 매출 비중이 미미한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까지 추진하는 것은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각종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파운드리 시장 성장률은 10.1%(IHS 마킷)에 달한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사업부는 저화소 CMOS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IC(DDI), 전력관리칩(PMIC)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분사와 함께 신규 생산 품목을 늘릴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팹리스의 물량을 따와 생산을 해주는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고객사 비밀 유지 차원에서 분사가 유리하다는 전략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운드리 사업 분사에는 SK하이닉스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박성욱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4분기 파운드리 사업부를 기존 미래기술 부문에서 떼어내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두는 조직개편을 완료했다. 박 부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파운드리 사업부를 CEO 직속으로 개편한 것에 대해 “앞으로 더욱 잘하려는 것”이라고 밝혀 분사를 시사한 바 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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