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년여 동안 공을 들여 설립한 한중 합자회사 ‘중한석화’가 올해 1·4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본격 가동 4년째인 올해 최소 22억위안(한화 약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본격적인 실적 개선 흐름세를 타고 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한다는 최 회장의 ‘대륙굴기(大陸堀起)’에 대한 집념이 3년 만에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종합화학과 중국 국영 정유사인 시노펙의 합작 회사인 중한석화의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이 1,9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중한석화가 지난해 전체 거둬들인 영업이익(3,696억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매출액도 7,256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2조410억원)의 35.5%를 올 1·4분기 이미 달성했다.
중한석화는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3년 10월 중국 허베이성 우한에 건립했다. 에틸렌 기준 연산 8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과 폴리에틸렌(60만톤), 폴리프로필렌(40만톤) 등 250만톤 규모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한다.
사실 중한석화는 2014년 가동 첫 해부터 흑자를 기록해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NCC 특성상 가동이 안정화되면서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통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에도 장기간 정기보수로 가동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3,69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중한석화는 올해 1·4분기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하면서 이제는 중국 시장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한석화는 그동안 중국에서 ‘제2의 SK’를 건설하겠다는 최 회장의 집념이 일궈낸 중국 사업 최대 성과로 꼽힌다. 최 회장은 2006년 시노펙과 합작회사 설립 추진에 합의한 후 지속적으로 중국 정부 및 시노펙 관계자를 면담하는 등 사업 추진을 진두지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국 정부가 기간산업에 대한 외자 투자 규제를 강화하고 승인 기관의 반대 등에 부딪혔지만 최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계속 만나고 설득하자”고 다독이는 한편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시노펙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진을 만나고 중국 정부에 조기 비준 협조를 요청하면서 실마리를 풀어냈다.
실제로 해외 자본이 중국 에틸렌 사업에 진출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SABIC)을 제외하면 아시아 기업 중에는 SK그룹이 처음이었고 시노펙 역시 바스프나 엑손모빌,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글로벌 메이저 기업과의 합작만 허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한석화가 성공한 이유로 최 회장의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꼽고 있다. 최 회장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사실상 SK종합화학의 본사를 중국 상하이로 이전해 중한석화의 성공 전략을 직접 챙겼다. 아울러 SK의 뛰어난 기술력을 중한석화와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전수해줌으로써 SK그룹이 단순히 이익을 챙기기 위해 투자한 외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에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SK는 그룹 조직문화와 경영 노하우, 안전체계 등을 중한석화에 전수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SHE(Safety·Health·Environment, 안전·건강·환경) 경영 시스템’을 적용해 기업 경영을 위협하는 사고와 법규 위반 등의 리스크를 예방해왔으며 40여년의 공장 운영 노하우를 가진 SK종합화학의 인력 30여명을 파견해 시노펙과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가동시점부터 제조원가 및 비용개선 등을 주도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중한석화을 비롯한 SK그룹의 중국 경영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중한석화는 지난해 장기 정기 보수를 통해 종전 80만톤 규모였던 에틸렌 생산량을 88만톤까지 늘려 늘어나는 중국 내 수요에 대응할 준비가 끝났고 SK그룹 역시 중국에서 제2의 중한석화를 만들기 위한 투자를 늘려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중한석화의 경우 오는 2020년까지 중국 3위의 NCC로 도약할 계획”이라며 “중한석화의 성공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글로벌 파트너링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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