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국정농단과 적폐 조사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적폐청산위원회(가칭)’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후보는 또 국가청렴위원회·국방개혁특별위원회·을지로위원회·4차산업혁명위원회·성평등위원회 등 총 13개의 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교육부를 폐지하는 대신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안 후보는 이를 포함해 재외국민위원회·남북회담제도화위원회·국가임금혁신위원회·문화사회위원회 등 12개 위원회의 신설을 약속했다. 이처럼 차기 정부는 누가 되든 위원회공화국이 부활한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문 후보가 13개, 안 후보가 12개의 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와 2위를 달리는 유력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위원회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으로 위원회공화국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정부 위원회는 554개에 달한다. 여기다 정부 초기부터 각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수만큼 위원회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보통 집권 말기 위원회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원회공화국으로 불렸던 참여정부의 역대 최고치를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 참여정부 집권 초기인 지난 2003년 2월 368개였던 정부위원회는 꾸준히 늘어나 이명박 정부로 교체되기 직전인 2008년 2월에는 579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원회는 협치를 가능하게 하고 부처 이기주의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장관도 위원이 되고 위원회는 외부 감시도 없는데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정권 초기에는 핵심 국정과제를 기획, 집행하는 효율이 있지만 정부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당장 정부 조직개편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참여정부 때만큼은 아니지만 국정운영의 주요 부분을 장관 아닌 장관급 위원장이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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