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국내로 다시 들어오는 것도 많지 않다. 2012년부터 한국에 돌아오겠다고 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기업은 모두 85곳에 불과하다. 심사를 통해 법률이 정한 기준을 넘은 기업은 반토막 수준인 43개.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들 기업의 누적 투자 규모는 1,597억원, 고용은 1,738명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당시 정부의 발표와 비교하면 참담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의 실적이다. 막상 돌아와도 제대로 적응하기 쉽지 않다. 유턴기업지원법 적용대상 1호 기업은 신용보증에 자금융자, 법인세 감면, 공장 건설 비용지원 등 정부가 내민 혜택에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온갖 규제를 뚫고 국내에 공장을 짓고 가동하는 데 걸린 시간만 6개월 이상이었다. 여기에 생산 계획마저 틀어지면서 거래선도 떨어졌고 결국 법정관리 신세로 전락했다.
한국이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외면받고 정부의 유턴 정책도 먹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의 깐깐한 규제 △낮은 정책신뢰도 △투자유인체계 부족 등을 꼽으며 개선방안을 A·B·C로 정리했다.
우선 A는 경쟁국 수준의 규제환경을 조성(Advancing regulation system)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2016년 한국 정부규제환경은 138개국 중 105위로 꼴찌수준이었다. 독일(18위), 미국(29위), 일본(54위) 등에 한참 뒤처졌다. OECD의 외국인투자규제 정도 평가에서도 우리는 35개국 중 30위에 머물렀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대한상의 자문위원)은 “투자유치뿐만 아니라 최근 통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경쟁국을 뛰어넘는 기업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새 정부는 ‘무늬만 개혁’에 그치지 않는 실효성 있는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의는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개혁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B는 정책신뢰도 제고(Building trust)다. 한국의 2016년 국제경영원(IMD) 정책투명성지수는 조사대상 61개국 중 43위였다. 인도네시아·필리핀보다도 낮았다. 이항용 한양대 교수는 “아무리 좋은 투자유치제도가 있어도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자주 바뀌는 규제, 복잡한 행정절차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는 투자유인체계 재구축(Changing incentive system)으로 상의는 한국의 부지제공, 세제혜택 등 투자매력도는 5.28점(IMD 평가)으로 미국(7.09), 독일(6.36)에 비해 낮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유턴 기업을 위해 더 화끈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현재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 등으로 소극적인 경향이 있는데 기업 유치에 ‘올인’하는 미국·일본·독일과 경쟁하려면 과감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규제를 ‘일자리를 죽이는 산업(job-killing industry)’이라 부를 정도”라며 “규제 틀 전환 등 기업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낮추며 세율체계를 하나로 통일(현재 7단계)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고 일본도 우리가 규제프리존법안으로 벤치마킹한 국가전략특구를 시행하며 기업을 유혹하고 있다. 독일도 법인세 인하, 연구개발(R&D)보조금 지급 등 당근책을 잇따라 발표하는 실정이다./세종=이태규·김상훈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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