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두 달 연속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4월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65% 급감하면서 무려 8년 2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반한 감정이 거세지면서 당분간 판매에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4월 중국 판매량은 5만1,059대로 전년(14만6,378대)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3월 판매량이 52.2% 줄었던 것보다 더 큰 폭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던 2009년 2월(4만2,514대) 이후 8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3만5,009대로 63.6% 급감했고 기아차는 1만6,050대로 68% 감소했다. 기아차의 판매 감소 폭은 3월과 비슷했지만 현대차의 판매 감소 폭은 40%대에서 60%대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올해 1~4월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는 32만4,4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1%나 줄었다. 중국은 현대·기아차 최대 시장으로 지난해 전체 판매량 중 23%를 차지했다.
판매 급감의 원인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3월을 기점으로 중국 내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일부 경쟁업체가 한국차 대신 계약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악의적 사드 마케팅을 펼친 점도 악재다. 실제로 지난 1·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기아차는 “정치적 이슈로 개별 기업이 통제할 사안이 아니어서 단기 해결이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 전용 신차 3개를 비롯해 주요 차종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국 현지 업체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비해 가격이 높아 난항이 예상된다.
현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경우 현대차의 4공장 및 5공장 정상 가동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어려움으로 역대 최저 수준인 영업이익률과 판매 목표에 대한 전면 재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