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로큰롤 가수 척 베리가 지난 3월 18일 향년 90세로 미주리 주 세인트 찰스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가 앰프에 연결한 깁슨 기타로 들려 주었던 재기 넘치는 사운드는 우리지구인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NASA는 또한 그의 노래를 우주에도 전파했다. 지난 1977년 발사된 두 척의 보이저 탐사선은 금이 도금되어 반짝이는 구리 레코드판을 옆구리에 하나씩 매달고 있다. 레코드의 이름은 <지구의 소리>다. <지구의 소리>에는 90분 분량의 음악이 실려 있는데, 그 음악 중에는 바흐의 콘체르토, 나바호 인디언의 밤 노래, 페루의 팬파이프 음악 등이 실려 있다. 그리고 척 베리의 노래 <조니 B. 굿>도 실려 있다. 노래의 내용은 기타를 종을 흔들 듯이 연주했던 시골 소년 조니 B. 굿에 대한 것이다.
물론 외계 생명체가 존재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모든 외계 생명체가 이 레코드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7곡의 선곡을 도운 우주론자 칼 세이건은 “성간 공간에 거주하는, 우주여행이 가능한 고도의 문명을 갖춘 외계 생명체만이 이 레코드를 청취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 레코드는 미소 유성체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는 알루미늄 용기 안에 들어 있다. 이 용기에는 레코드 플레이어의 조립 및 조작법이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다. NASA는 외계 생명체들이 이 레코드를 감상할 수 있도록 레코드판과 함께 조립식 레코드 플레이어를 동봉해 주었다.
외계 생명체들이 지시대로 이 레코드판을 재생하면, 지구의 노래 외에도 여러 가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 레코드 판에는 55개 언어로 된 인간의 목소리가 실려 있고, 천둥 소리나 고래의 울음소리 등 자연의 소리도 12분 분량이 실려 있다. 또한 지구인들의 식사 모습, 쇼핑 모습 등을 담은 디지털 사진도 실려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이 레코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레코드는 작고 외딴 별인 지구에서 외계 생명체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다. 지구의 소리와 과학, 풍경은 물론 지구인들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것이다.”
그러나 <조니 B. 굿>은 하마터면 이 레코드에 실리지 못할 뻔 했다. <조니 B. 굿>은 너무나 강렬하고 리듬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탓에 선곡 업무를 맡은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 음반에 전 세계 민속 음악을 넣자고 주장했던 음악학자 앨런 로맥스는 락 음악은 너무 청년적이라 이 음반에 수록할 수 없다고 했다. 만약 외계 생명체들이 이 음반에 실린 <조니 B.굿>을 듣고 춤을 춘다면 그건 이 곡을 싣기로 주장한 칼 세이건의 덕택이다. 그러면서 칼 세이건이 했던 이 말은 매우 유명하다. “지구에는 청년들이 아주 많은데 무슨 상관인가?”
실제로 1950년대의 청소년들은 베리의 로큰롤 덕택에 더욱 즐거운 삶을 살았다. 베리의 노래에서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혁명의 기운이 지금까지 도 느껴진다. 그의 노래 가사는 무척이나 밝다. 늦은 밤 춤을 추며 연인의 마음을 빼앗을 때도 합격을 기원하며 열심히 공부할 때도 잘 어울린다.
베리는 LA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로큰롤이 1950년대의 청년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 그 이유를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 그들이 학교에 다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청소년들만 이 곡을 들은 것은 아니다. 키스 리처즈라는 영국 청소년은 1950년대 베리의 슬릭 릭을 흉내 내다가 본인의 독창적인 기법도만들어냈다. 후일 화려한 락 밴드 <롤링 스톤즈>의 기타리스트가 된 그는 1986년 베리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때 이렇게 말한다. “척 베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싶다. 나는 그의 모든 슬릭 릭을 흉내 내었기 때문이다. 그 분이야말로 그 모든 것의 원조라고 나는 생각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베리의 액자는 상석에 위치했다.
그리고 척 베리가 없었다면 롤링 스톤즈도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리처즈는 대학 시절 미크 재거를 만나 이야기 했다. 두 사람은 척 베리의 앨범을 손에 들고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로큰롤 혼을 뽐내기 좋아했다.
리처즈는 베리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나의 큰 불빛 하나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런 찬사에도 불구하고 베리는 살면서 여러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그는 17세 때 총기로 자동차 강도를 벌여 수감되었다. 그리고 1979년에도 탈세 혐의로 또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는 또 허풍 떨기도 좋아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음악과 인격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쓴 모든 곡들은 내가 아닌 내 음악을 들어줄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우주에는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지구에서 베리의 음악은 다양한 청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어릴 적에 미주리 주 세인트 루이스의 폭스 극장에 출입을 거부당했다. 그가 흑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러나 그는 기죽지 않고 백인과 흑인 모두를 위한 음악을 했다. 그는 세인트 루이스에 모든 인종을 위한 클럽인 <베리스 클럽 밴드스탠드>도 열었다. 로자 파크스가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지 3년 만이었다.
폭스 극장에서 있었던 일을 말한 지 수십 년이 지나 베리는 그 극장에서 환갑 잔치를 열게 되었다. 잔치를 기획한 사람은 롤링 스톤즈의 키스 리처즈였다. 본행사를 시작하기 전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리허설 내용을 촬영하고 있을 때 리처즈는 베리에게 앰프를 옮기면 녹음이 더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리는 농담삼아 이렇게 답했다. “내 앰프에 손대지 말게!”
리처즈는 그러자 이렇게 말했다. “이 영상은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에 공개될 거예요.”
베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난 결코 죽지 않아.”
그리고 어떻게 보면 베리는 정말로 죽지 않았다. 베리의 환갑 잔치가 있기 10년 전인 1977년, 그의 <조니B. 굿>은 우주로 발사되었다. 그 노래는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났고 앞으로 4만 년 후면 첫 항성인 글리제 445를 만나게 될 것이다.
“척 베리는 죽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지금도 먼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Mark D.Kauf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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