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기관지·폐 등에 쉽게 쌓이고 카드뮴·납·비소 등 유해 중금속도 포함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 등으로 코·기관지 점막 등이 염증으로 부어 있으면 이를 걸러내고 녹여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만성 호흡기질환자나 비염·축농증 등 코 질환자에게 적극적인 치료와 증상악화 예방책이 필요한 이유다.
◇코 점막 등 부어 미세먼지 등 잘 못 걸러내=알레르기 질환은 집먼지진드기·꽃가루·특정 음식처럼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물질에 대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비정상적으로 혹은 부적절하게 반응해 발생한다. 위장관·면역체계 등이 취약한 영유아 때는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나이가 들면 비염·천식 등 호흡기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가족력의 영향도 적지 않다.
알레르기 증상이 악화되는 걸 막으려면 피부반응시험·혈액검사 등과 진찰을 통해 원인물질(알레르겐)을 찾아내고 생활습관·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꽃가루가 가장 많이 날리는 이른 아침에는 실외운동·환기를 자제하고, 외출 때 ‘황사·미세먼지 마스크’를 하고, 귀가해서는 샤워한 뒤 옷을 갈아입는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라면 미세먼지 등이 심한 날 외출 후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는 게 좋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점막이 꽃가루, 집먼지진드기의 배설물, 동물의 비듬 같은 알레르겐을 감지한 뒤 과도한 면역·염증반응으로 생긴다. 코 점막이 빨갛게 부어 올라 코가 막히고 맑은 콧물이 많이 만들어지며 재채기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아침에 심하다. 코 옆쪽 눈 가려움증이나 충혈, 축농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누런 콧물과 함께 기침·열을 동반하는 감기와 다르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한 눈 가려움증을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잘못 알고 안약만 넣어서는 증상 개선이 안 된다.
◇방치 땐 코골이·학습장애 위험도 커져=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침·가래·재채기 등 감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기관지염·폐렴 등 이차 세균감염이 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 등 만성 호흡기질환자는 급성 악화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라면 폐렴구균백신을 미리 접종하는 게 좋다.
알레르기 비염은 2015년 인구의 13%나 되는 634만여명이 진료를 받았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12세 이하 어린이도 환자 10명 중 3명꼴인 190만여명에 이른다. 증상이 심한데도 염증 치료를 하지 않으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만성피로, 코골이·수면무호흡증, 학습장애, 성장저하, 우울증 등 정서장애 위험이 높아진다.
콧물·재채기·눈 가려움증 등을 빠르게 완화하는 데는 감기약에도 들어가는 항히스타민제가 효과적이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 치료의 기본은 염증을 잡는 데 있다. 가장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게 코 안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분무제다. 항히스타민제로 증상이 완화됐어도 스테로이드 분무제 치료를 병행해야 확실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환절기 등에 수주 이상씩 지속되므로 이 기간 동안 스테로이드 분무제를 화장품이나 치약 옆에 놔두고 매일같이 사용하면 여러 증상을 개선하고 축농증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습도 높아지면 집먼지진드기로 인한 비염도 기승=문제는 증상이 심할 때만 스테로이드 분무제를 뿌리고 조금 나아지면 귀찮아하거나 ‘스테로이드 제제를 오래 사용하면 안 좋다’는 속설을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그러나 미국·유럽에서도 만 2세 유아부터 스테로이드 분무제를 사용할 정도로 안전하다. 분무제를 코의 가운데 칸막이(중격)로 계속 뿌리면 코피가 날 수 있지만 약간 바깥쪽으로 뿌리면 괜찮다.
근본적인 알레르기 질환 치료법으로 면역요법이 있다. 알레르겐을 소량에서 시작해 차츰 투여량을 늘려 내성을 길러주는 방법인데 치료대상 알레르겐이 제한적이고 3~4년가량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게 단점이다. 다만 젊은 층에서는 이보다 빨리 효과를 보기도 한다.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가 있다면 침구 커버를 2~3주 간격으로 섭씨 55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해 일광 소독하거나 비침투성 재질로 바꾸는 게 좋다. 실내습도는 40~50% 이하로 유지한다. 집먼지진드기는 주변 공기 중 습기에서 수분섭취를 하기 때문에 습도가 낮으면 살 수 없다. 집먼지진드기는 사람의 피부에서 떨어진 비듬을 먹고 살며 침대 매트리스 등 침구류, 카펫, 천 소파에 많이 서식한다. 4월쯤 그 수가 가장 적고 7월을 전후해 급증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