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월 5%의 수익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일당 10명을 유사수신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리고 수차례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처음 몇 달은 ‘돌려막기’ 수법으로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입금했지만 올 초부터 입금이 끊겼다. 피해자는 400명을 웃돌고 피해액은 180억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으로 퇴직금이나 자녀 결혼비용을 투자했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1.25%를 기록할 정도로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높은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겨냥한 유사수신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짧은 기간에 2~3배의 수익을 보장한다며 다소 허황된 조건을 내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매달 3~8% 수준의 비교적 낮은 수익률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속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지난해 유사수신으로 경찰에 검거된 건수는 628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232건과 2015년 241건의 두 배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검거된 일당은 월 최고 8%의 수익률을 내세워 교인 등 150명을 상대로 197억여원을 챙겼다. 특히 목사 박모씨는 교회에 투자연구소까지 설립하고 조직적으로 투자설명회까지 열며 “하느님의 계시로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고 속였다.
김상록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요즘은 과거처럼 몇 배의 수익을 돌려준다고 하면 잘 믿지 않기 때문에 연간 두자릿수 정도의 수익률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금융회사로 위장해 첨단 금융상품이라고 속이면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수익률을 제시하고 판매책으로 보험설계사까지 동원하는 등 범죄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핀테크’를 활용한 첨단 유사수신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A업체는 지난해 말 투자금을 입금하면 가상화폐인 코인을 전자지갑에 넣어주는 방식의 앱을 개발해 1,500여명으로부터 178억원가량을 가로챘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투자자들이 자신의 가상화폐를 확인하고 환전신청을 하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B사는 올해 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연 15%의 수익과 원금을 보장하는 펀드 광고를 내걸어 유사수신 행위를 벌여 100여명에게 40억원가량을 모집하기도 했다.
사정 당국의 유사수신 단속이 강화되자 짧은 기간에 수백억원 정도의 자금을 모집해 잠적하는 치고 빠지기 중소형 유사수신도 늘어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수신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통과 시기가 불명확한 만큼 일선 현장에서는 단순 유사수신 범죄에 범죄단체조직죄를 더해 처벌 수위를 높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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