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을 알아듣는 국산 인공지능(AI) 비서 엔진 업체 간 ‘기술 전쟁’이 본격화됐다.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S8’에 기본 탑재된 ‘빅스비(Bixby)’에 이어 국내 1위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앱(응용프로그램) 형태의 AI 비서 엔진을 전격적으로 공개하면서다. 카카오(035720) 역시 오는 7월 AI 비서 앱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12일 ‘네이버-클로바’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에 공개했다. 아이폰 전용 앱도 조만간 내놓기로 했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나 제조사와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네이버의 AI 비서 앱은 자회사 라인(LINE)과 공동 개발하는 AI 플랫폼 클로바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검색·음악 추천·번역·대화 등의 기능을 음성 또는 문자 입력 명령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음성 명령을 수행하는 한국어 AI 이름은 ‘샐리’이며 영어는 ‘모니카’라는 명칭이 붙었다.
네이버가 AI 비서 앱을 준비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기능은 검색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지금 500유로가 얼마야?”라고 음성으로 물어보면 네이버 검색을 통해 “61만2,935원 입니다”라고 답변한다. 번역 기능은 우선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우선 3개 외국어를 지원한다. 또한 사용자가 “외로워”와 같이 감정적 단어를 사용해도 AI 비서 앱이 상황에 맞는 답변을 내놓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해 학습하는 AI의 특성상 비서 앱 사용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특화된 정보·콘텐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일 빅스비 서비스를 한국어와 영어에 한정해 시작했다. 빅스비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구동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빅스비 사용 가능 언어를 중국어·일본어·스페인어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의 경쟁 인터넷 기업인 카카오 역시 자회사인 AI 비서 앱 준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사용자만 4,000만명이 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동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구글·애플 등 세계적 업체가 앞장선 AI 비서 시장에 국내 기업은 막 발을 딛는 단계”라며 “어느 곳이 더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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