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연말 세일 시즌 실적으로 1,550억 달러 규모의 백화점 산업이 전례 없는 위험에 봉착했다. 대형 소매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말이다.
블랙 프라이데이 Black Friday를 맞기 직전인 지난 해 추수감사절 밤 11시, 맨해튼에 위치한 메이시 Macy’s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 상당한 인파가 몰려 들었다. 연중 최대 쇼핑행사 주간을 맞아 매장 앞에 1만 6,000여 명의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개장한 지 5시간이 지난 후에도 방문객은 계속 늘어났다. 뉴욕, 다른 미국 도시 외에도 전세계에서 몰린 광적인 소비자들이 토미 힐피거 Tommy Hilfiger 속옷, 큐리그 Keurig 커피머신, 메이시 호텔 컬렉션 Macy’s Hotel Collection 침구 등을 쓸어 담았다. 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빈 상자와 스웨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의류 진열대가 넘어져 있었다. 이날의 아수라장은 자정 이후까지 이어졌다. 이는 맨해튼 지점만의 특이한 상황이 아니었다. 미국 전역의 쇼핑몰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 재고정리 세일 : 폐점이 예정된 뉴욕 주 더글러스톤 메이시 매장 내 광고. 매장 시설이 시대에 뒤처지고 낙후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외면하고 있다. 메이시 같은 유통체인들은 이미 실적이 저조한 지점의 철수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추수감사절 연휴 인파는 크리스마스 기간 매출 강세의 전조라기보단, 백화점이 쇼핑객을 유인할 평상시 매력을 잃고 있다는 걸 보여줄 뿐이었다. 남은 연휴 기간 동안 매장에는 먼지만 쌓여갔다. 6주 뒤 발표된 대다수 쇼핑몰 체인들의 실적은 완전히 처참했다. 콜스 Kohl’s, 메이시, J.C. 페니 J.C. Penney, 시어스 Sears(실적 하락이 특히 두드러졌다) 모두 전년대비 실적이 악화됐다. 고급 백화점 체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삭스 피프스 애비뉴 Saks Fifth Avenue와 니먼 마커스 Neiman Marcus도 최근 경영 여건이 침체되어 왔다.
소매업 전반이 고전하는 상황이라면 실적 하락을 용인할 수 있겠지만, 휴일 기간 전체 소매업 매출은 예상치를 상회하는 4% 성장을 기록하고 있었다. 쇼핑객은 늘었지만, 이들이 백화점으로 향하지는 않았다는 의미였다.
특가 행사 기간을 빼면 소비자들이 실제 백화점에서 멀어진 지는 이미 오래됐다. 지난 1년 반 동안 경기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대형 체인들은 예외 없이 모두 매출이 하락했다. 연휴 기간의 처참한 실적이 업계 내에 단순한 악천후나 아마존 Amazon 선호 현상 상승보다 심각한 문제가 존재 한다는 우려를 심화시켰다. 더 중요한 문제는 대형 백화점들이 이젠 ‘한물간’ 형태가 된 건지, 이들이 생존을 위해 지난 수십 년 간 유지한 사업 습관을 버릴 수 있을 건지에 달려있었다. 삭스 CEO와 J.C. 페니 이사를 역임한 스티브 새도브 Steve Sadove가 말한 것처럼 “세상은 백화점의 적응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1999년만 해도 2,300억 달러에 달했던 백화점 총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1,555억 달러에 머물렀다. 여전히 상당히 큰 매출이긴 하다. 기존 쇼핑객들도 아직 대형 체인들에게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백화점의 죽음’이 수십 년 간 언급됐음에도 백화점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백화점의 역사를 다룬 2015년 저서 ‘중심가에서 쇼핑몰까지(From Main Street to Mall)’의 저자 비키 하워드 Vicki Howard 에식스 대학교 방문교수는 “사람들은 1930년대에도 백화점이 소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대형 체인들은 미국 전역에 쇼핑몰이 급증하던 1950년대에 교외 지역으로 자리를 옮겼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해진 1970년대에는 패션에 초점을 맞추는 등 사업 방식을 재창조했다. 그리고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인수·합병을 통해 한번 더 부실 기업들이 퇴출되었다.
백화점 체인들이 혁신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백화점들은 전자상거래 부문에 수십 억 달러를 투입, 이제 총 매출의 15~25%가 온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다. 저연령층을 유인하기 위해 신규 상품라인을 선보이고, 뷰티 제품 구성을 개편하고, 할인 체인을 도입하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 전반에서 부진한 지점 수백 곳을 솎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재창조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YouGov의 브랜드 인덱스 BrandIndex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메이시의 소비자 선호도는 최근 8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J.C. 페니와 콜스도 메이시를 뒤따르고 있다. 투자자들도 쇼핑객을 따라 출구를 찾아 나서는 분위기다. S&P 소매업 지수는 2015년 6월 이후 16%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메이시와 시어스홀딩스 주가도 각각 54%, 86%나 급락했다. 백화점의 집객 능력 때문에 한 때 백화점 주변에 쇼핑몰을 지었던 개발업자들도 이제는 실적이 부진한 지점을 재매입해 실제 방문 성향이 높은 상가로 용도를 바꾸고 있다. 시어스를 없애고, 치즈케이크 팩토리 Cheesecake Factory 같은 식당들이 들어서는 식이다.
이런 흐름을 바꾸고자 한다면, 백화점들은 스스로 초래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최근 몇 년 간의 변화 노력에도, 백화점들은 여전히 기존의 동일한 해결책으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똑같은 우중충한 건물에서 재미 없는 상품 전시를 통해 똑같은 상품을 더 많이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식이다. CEO들은 백화점이 다시 인기를 얻으려면 급진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판매 제품과 방식의 근본 문제를 공략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대담한 조치일 것이다.
백화점의 존폐 위기에 대해 하워드는 “피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업계가 앞서 언급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치명적인 위기로까진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항상 똑같은 진부한 방식
최근 어느 금요일에 방문한 저지시티 Jersey City의 뉴포트센터 Newport Centre에는 한 지붕 아래 ‘앵커테넌트’ anchortenant *역주: 집객 능력이 높은 핵심점포로 주로 대형 입주업체 백화점 4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어스, J.C. 페니, 콜스, 메이시가 그것이었다.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들이 거의 동일한 상품을 판매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이조드 Izod 폴로 셔츠, 헤인스 Hanes 남성 티셔츠 6개 세트, 리바이스 Levi’s 청바지 등이었다.
소매업 전문가들은 이 ‘동일성의 범람’ 현상을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 악화됐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 AlixPartners에 따르면, 전통적인 일반 백화점의 상품 40%는 서로 중복되어 있다-단순한 상품 분류(바지 등)를 떠나 특정 상품(앞 주름이 없고 느슨한 핏의 청회색 다커스 Dockers 바지 등)들이 겹친다는 것이다.
1970년대만 해도 각각의 백화점들은 크게 차별화되어 있었다. 당시 J.C. 페니는 사냥용 소총을 판매했고, 월마트 같은 역할을 한 시어스는 장난감·사탕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월마트와 타깃 Target이 거대기업으로 성장해 서서히 ‘일반 상품’ 부문을 주도하자, 백화점은 의류에 초점을 맞춰 도피처를 찾기 시작했다. 이제 의류, 가방, 신발은 백화점 체인 대다수 매출의 75~80%를 차지하고 있다. 50% 수준이었던 수십 년 전과 대비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지난 몇 년 간 일부 백화점들이 다시 사업 다각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J.C. 페니는 매장 내 세포라 Sephora *역주: 미국 최대 화장품 유통업체 뷰티살롱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살롱의 제곱피트당 매출이 전체 매장 대비 4배 수준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시어스의 붕괴 위기가 수년 간 지속된 상황을 틈타 지난해에는 가전제품 판매를 재개하기도 했다.
주요 백화점 체인들은 의류 중복 문제 해결을 위해 의류 부문을 확대해 왔다. 지난 5년 간 자체 브랜드를 늘려왔다. 쇼핑객에 ‘독점적’이면서도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취지였다. 그러나 알릭스파트너스의 소매 부문 책임자 클라크 리스 Clark Riess는 “이런 의류 상품은 패션에 대한 소비자의 환상을 자극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매장의) 마진 증가에는 기여할지 몰라도 방문객 증가에는 효과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연휴 기간 콜스의 자체 브랜드-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서노마 Sonoma 라인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매출이 하락했고, 리바이스와 나이키 같은 전국적인 브랜드도 매출이 줄어들었다.
할인 중독
동일한 상품을 판매할 때 쇼핑객을 유인할 방법은 할인 밖에 없다. 경영진은 소매업의 ‘할인 프로모션’ 분위기를 한탄하고 있지만, 매장에선 오히려 할인을 확대하고 있다. J.C. 페니가 지난해 1센트에 상품을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선보였을 정도다. 예전에는 ‘특가 행사(door-buster)’라는 용어가 블랙 프라이데이 특별상품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연중 내내 사용되고 있다.
언제든 높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생김에 따라 매장이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없애는 게 불가능해졌다. 예측분석 서비스 제공 업체 퍼스트 인사이트 First Insight의 연휴 쇼핑객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의 45%는 특정 제품이 41% 이상 할인되지 않는 한 매장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마진에 타격을 주는 응답이다. 영향력 있는 소매업 전문 정기간행물 로빈 리포트 The Robin Report의 CEO 로빈 루이스 Robin Lewis는 이에 대해 “‘바닥을 향한 경주(race to the bottom)’로, 디플레이션을 초래하고 브랜드 가치를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급 백화점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도 명성에 타격을 입을 위험을 감수하며 할인 분위기에 가세했다. 노드스트롬과 삭스 피프스 애비뉴 모두 수 분기 연속 기존 매장 실적이 악화됐다. 반면 두 백화점의 할인점 체인인 노드스트롬 랙 Nordstrom Rack과 오프 피프스 Off 5th의 매출은 지난 5년 간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런 할인 행사는 백화점들이 경쟁업체인 할인매장들에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T.J.맥스 T.J.Maxx나 로스 드레스포레스 Ross Dress for Less 같은 할인 매장의 경우, 재고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쇼핑객은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면 바로 구매를 해야 한다. H&M이나 자라 Zara처럼 상품회전율이 매우 높은 패스트패션 체인도 마찬가지다. 이런 체인들이 짧은 기간 동안만 저가에 구매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 소비자들은 그 말을 그대로 믿는다. 그러나 백화점 쇼핑객들의 생각은 다르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콜스와 J.C. 페니는 트렌드 따라잡기에서 점점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기존 매장의 재고 계획 및 생산 속도는 여전히 느린 수준이다. 그 결과 시즌이 지나간 미판매 의류 상품이 쇼룸에 넘쳐나고, 남은 상품을 재고정리 세일 가격에 판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모든 상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할인 행사가 늘어나는 셈이다.
할인에 몸살 앓는 백화점들 : 할인은 백화점 매출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백화점 체인들은 상화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T.J. 맥스 같은 할인매장 체인, 월마트, 타깃 같은 대형 소매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가격 할인을 해야 한다.
중요한 건 위치
미국 개발업체들은 196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쇼핑몰 수백 곳을 건설했다. 대부분의 설계는 옴니버스형 백화점이 계속 소매업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형태일 거라는 가정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형태는 이제 소비자 상당수의 취향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청바지를 찾기 위해 휑뎅그렁한 1950~60년대식 창고형 매장을 헤매고 다닐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백화점 매출 감소로 거대한 매장 전반에서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고, 매장의 여건 악화는 백화점의 매력을 더 감소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들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RBC 캐피털 마켓 RBC Capital Markets에 따르면, 메이시, J.C. 페니, 콜스, 딜러드 Dillard‘s, 시어스홀딩스(케이마트 Kmart도 소유하고 있다)는 2013년 이후 총 매장의 20%에 이르는 750개 지점을 폐점했다. 부동산 리서치기업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 Green Street Advisors는 800개 매장을 추가 폐업해야 2006년 최고치를 기록한 제곱피트당 매출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칸타리테일 Kantar Retail 의 수석 부사장 메리 브렛 휫필드 Mary Brett Whitfield는 “소매기업이 지점 수를 줄이는 건, 쇼핑객이 지점을 방문할 이유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체인이 670개 지점을 보유한 메이시다. 메이시는 수익률이 가장 높은 매장 150곳에 자금을 대거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4억 달러를 들여 맨해튼 플래그십스토어 개편 작업도 마무리했다. 하지만 올 여름까지 68개 지점을 철수시킬 예정이다. 추가 30곳의 폐업도 준비를 하고 있다.
사라지는 브랜드들
백화점의 ‘소매업 1위’ 자리가 타격을 입으면서, 랠프 로런 Ralph Lauren, 코치 Coach, 마이클 코어스 Michael Kors, 토미힐 피거 같은 일부 유명 브랜드 공급업체의 매출에도 구멍이 난 상황이다. 해당 매장이 세일에 참여하지 않을 때에도, 매장을 방문하는 동안 ‘50% 할인’ 표지판을 수없이 지나쳐야 한다는 사실은 그들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할인행사에 질린 랠프 로런 CEO 스테판 라슨 Stefan Larsson은 지난해 주요 미국 백화점 공급-연 매출 72억 달러로 약 25%를 차지한다-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클 코어스도 백화점 할인 행사에서 철수하고 있으며, 코치도 250개 백화점에서 매장을 철수하고 남은 매장의 할인 폭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구찌 Gucci, 에르메스 Hermes, 돌체 앤드 가바나 Dolce & Gabbana 같은 명품 브랜드들은 자체 단독 매장을 늘리고 있다. 상품 전시 관리를 개선하고, 방문객 감소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전세계의 삭스, 노드스트롬, 니먼 마커스 백화점들이 더욱 고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공하기엔 너무 큰 사업 규모
기존 백화점 체인 중 지난해 최대 연 매출 260억 달러를 기록한 메이시는 업계 사상 최대 합병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2005년 모기업 페더레이티드 스토어 Federated Stores가 지역 체인 몇 개를 인수해 메이시라는 이름으로 통합했다.
하지만 규모와 영향력을 키우고 비용을 절감한 만큼, 지역 주민의 취향에 적응하는 메이시의 역량과 민첩성도 줄어들었다. 실제로 일련의 성공적인 합병 바람이 분 이후 유사한 문제가 업계 전반에 몰아닥쳤다. 마케팅 컨설팅업체 인바이로셀 Envirosell의 창업자이자 CEO인 파코 언더힐 Paco Underhill은 백화점 체인의 확장세가 “실적에 연연하는 경영(management by spreadsheet)”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권력이 독특한 상품 구성을 담당하던 최고 상품책임자에서 월가 전망치 부합에 보다 중점을 두는 경영진으로 옮겨간 데 따른 결과다. 그는 “구매가 중앙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일부 지역 특성을 지닌 브랜드들이 사라지면서 상당히 큰 타격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그와 동시에 백화점 체인들은 큰 규모 탓에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졌다. 아울렛 매장 콘셉트를 딴 메이시의 ‘백스테이지 Backstage’가 좋은 사례다. 해당 아이디어가 메이시 이사진에게 전달된 건 2009년이지만, 첫 매장을 열기까지 무려 6년이 걸렸다. 그 사이 T.J. 맥스가 할인매장 시장을 장악했다. 그리고 유사한 예는 또 있다. 콜스의 경우, 뷰티 부문이 수십 년 간 최대 인기 품목 중 하나였음에도 2014년에야 처음으로 뷰티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메이시의 차기 CEO 제프 제넷 Jeff Gennette은 앞으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알고 있다. 제넷은 최근 로빈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백화점에 대한 인식은 새롭게 바뀔 것이고, 서비스와 경험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화점이 소매업의 정점에 있던 1930년대에는 삭스 피프스 애비뉴 실내 스키 언덕(두바이 스키 언덕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좋다), 댄스 수업, 디트로이트 허드슨 16층 꼭대기에 위치한 고급 티룸 같은 화려한 고객 경험 서비스가 제공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백화점들이 다시 ‘허황된 꿈(pie-inthe-sky)’을 꾸길 바라고 있다. 소매기업의 창의력 증진을 돕는 컨설팅 업체 토브 Tobe의 레슬리 가이즈 Leslie Ghize 수석 부사장은 미래 소매업 경험은 보다 사회적이고 상호 작용하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회적 요인을 보면 스트립 몰 strip mall *역주: 상점과 식당 등이 일렬로 늘어선 중소형 상가 입점 소매업체 얼타 뷰티 Ulta Beauty가 어떻게 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을 그렇게 많이 잠식할 수 있었는지 설명이 된다. 얼타 뷰티는 고객이 화장품과 뷰티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매장 내 쿠킹클래스는 어떤가? 회원제 사교클럽을 지점 최고층에 개설하는 건? 가이즈는 상상력을 동원해 그 중 아주 일부만이라도 도입하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백화점이 좀 더 소형화, 파편화 되고 있는 과정도 목도하기 시작했다. 백화점 체인들은 주요 브랜드들이 더 유동적으로 지점 내 매장에서 상품을 전시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메이시는 지난 2년 동안, 애플, 베스트바이, 브룩스톤, 심지어 엣시 Etsy 같은 브랜드의 부티크 매장을 열어왔다. J.C. 페니와 콜스도 나이키, 언더 아머 특별 매장을 도입하고 있다. 고급 백화점 중에는 노드스트롬이 제이크루 J. Crew, 유명 가수 비욘세 Beyonce’s의 아이비 파크 Ivy Park 스포츠 라인 같은 브랜드들과 협업해 매장 공간을 내주고 있다.
미국 백화점들은 궁극적으로 ‘영업권 모델(concession model)’에 의존하는 유럽이나 아시아의 모델과 유사한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 브랜드가 백화점 내 매장 공간을 임대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매출의 30% 정도를 백화점에 내는 식이다. 브랜드가 잘 나갈 경우 백화점 수익이 기존에 비해 줄어들 수 있지만, 재고 처리의 리스크도 낮아진다. 유동성이 충분하다면, 이 모델은 백화점이 교외로 진출해 성공을 거두기 전의 운영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백화점 내 각 매장이 멀리 떨어진 본사의 압력에 지배되지 않고 지역 특색을 살려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적 브랜드 가치를 지역사회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독특한 경험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장애물도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더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선 추가 지점 폐업 및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추가 매출 감소를 감내할 가능성이 크다. 상장기업의 경우, 투자자들이 새로운 계획에 자금을 사용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급진적인 개편을 원하는 기업은 비공개기업으로 전환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수 차례 ‘죽었다’고 언급된 백화점 모델이 새롭게 탈바꿈할 수도 있다. 수십 년 간 확장에 매달리는 바람에 유통 체인 상당수는 소비자의 삶의 중심에 백화점이 자리잡게 된 이유를 잊어버렸다. 소매업 컨설팅업체 L2를 창업한 스콧 갤러웨이 Scott Galloway는 “백화점은 각각의 부문별 전투에서 패배를 거듭해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독창성으로 밀어부친다면, 아직은 전쟁에서 이길만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성장을 위한 외형 축소 : 백화점 매장 공간이 줄자 판매가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백화점 체인들에겐 추가 폐점 외에 지속 가능을 위한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2006년~2015년 간 변화
주요 백화점 매출 23% DOWN
총 임대 가능 면적 7% DOWN
제곱피트당 매출 18% DOWN
출처: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BY PHIL WAHBA, PHOTOGRAPH BY ALEX FRAD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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