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휴대폰 업계의 ‘오뚝이’로 불렸던 팬택이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앞으로 수십명 직원 수준으로 구조조정을 한 후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5년 쏠리드가 팬택을 인수할 때 제기됐던 ‘먹튀’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준 팬택 대표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구조조정과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팬택 관계자는 “모회사 쏠리드의 정 회장이 직원들에게 스마트폰 사업 잠정 중단과 추가 구조조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얘기했다”며 “IoT 등 일부 사업만 남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팬택은 지난해 6월 1년 7개월 만에 스마트폰 아임백(IM-100)을 출시했다. 청산 위기를 어렵게 극복하고 남은 임직원들이 모여 내놓은 최후의 카드였던 셈이다. 그러나 출하량은 13만2,000여대로 목표치인 30만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팬택은 지난해 3·4분기 말 자본잠식에 빠졌고 팬택을 인수했던 쏠리드도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하며 유동성 공급에 허덕였다. 베트남 등 신흥시장의 통신사업자들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제품유통을 추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팬택 측은 “늦어지고 있지만 베트남 조인트벤처 설립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달까지 논의를 마치려 했으나 현지 회사와 조건이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팬택은 조만간 감원에 나설 듯하다. 2015년 11월 쏠리드가 팬택을 인수했을 때 직원은 약 500명이었지만 감원이 이어지면서 250명, 120명으로 줄었다. 추가 구조조정을 통해 100명 이하로 직원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 관계자는 “어떤 부서를 남길지 논의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규모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쏠리드가 인수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당시 몇몇 곳이 팬택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이들은 회사의 경영 정상화보다는 보유기술에만 관심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500여건에 달하는 국내외 기술 특허를 비롯해 500여건이 넘는 디자인 및 상표권 등 기술력을 팔아치우는 소위 ‘먹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통신장비 사업을 했던 회사 쏠리드도 이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팬택 측은 “지금은 핵심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을 해야 할 때”라며 “IoT는 팬택이 오래전부터 해오던 사업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판매한 제품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는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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