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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정재훈 '파이낸셜 큐레이터' 꿈꾸는 승부사..."금융시장의 애플 되겠다"

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수익률 1위·PEF 진출·조기 완판 등

설립 1년도 안돼 헤지펀드업계 돌풍

자본시장 움직이는 힘은 열정·욕심

하반기 중에 홍콩 소형 증권사 인수

동아시아 최고 증권사로 만들 것

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운용 대표/권욱기자




헤지펀드 출시 반년 만에 국내헤지펀드 수익률 1위. 헤지펀드 운용사 중 최초로 사모투자펀드(PEF) 시장 진출. 출시하는 펀드마다 조기 완판. 설립 1년도 안 된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플랫폼운용) 이야기다.

헤지펀드 운용업계를 포함해 자본시장에서 최근 플랫폼운용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홍콩 소형 증권사 인수와 국내 주요 거래에 참여하겠다는 포부까지 밝히며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자본금 37억원의 설립 1년도 안 된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15일 서울경제신문이 만난 정재훈(사진) 플랫폼운용 대표는 ‘파이낸셜 큐레이터’를 꿈꾼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에 ‘승부사’가 출현했다는 측면에서 샐러리맨의 신화로 꼽히는 국내 1위 증권사 박현주 미래에셋대우(006800) 회장의 닮은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 대표는 “박 회장을 존경하지만 기존의 방식을 따라가서는 절대로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정 대표의 목표가 만들어낸 지향점이 ‘파이낸셜 큐레이터’다.

정 대표는 “주식 브로커리지만 하고, 펀드를 만들고, 딜소싱(투자처 발굴) 등의 전문적인 영역에서 각자의 역할이 한정돼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시장은 상품설계·딜소싱·마케팅까지 아우르는 파이낸셜MD(Managing Director) 또는 큐레이터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수익률이 탁월한 상과를 거둔 것도 직접 딜을 소싱하고 상품화해 마케팅까지 책임질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 대표는 “일종의 설계능력이 뛰어난 금융시장의 애플이 되겠다는 의지”라며 “큰 조직으로 성장해 각자 분업도 필요하지만 직원 모두가 설계능력을 가져야 금융시장의 애플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가 홍콩 증권사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은 다소 비현실적이었다. 그러나 정 대표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한국·중국·일본과 대만까지 아우르는 동아시아 최고 증권사를 만들겠다”고 더 큰 꿈을 말했다. 아직은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이는 목표지만 1년 안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내비쳤다. 그는 “기존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증권사를 만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며 “카운트파트너십을 이용해 중국과 일본·대만의 앵커투자가들과 코지피(CO-GP) 형태로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일·대만의 주요 증권사가 강한 네트워크로 엮여 사실상 하나의 증권사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홍콩에 스와프데스크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반기 중에 홍콩 소형 증권사를 인수하거나 조인트벤처 등을 출범시켜 이를 실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운용 대표/권욱기자


정 대표의 자신감은 삼성증권·메릴린치·다이와증권·HSBC 등 국내외 증권사를 거쳐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대만 보험사 계열의 금융기업과 중국의 국영자산운용사, 일본 저축은행을 소유한 증권사 등은 정 대표의 핵심 네트워크다. 그럼에도 그는 “고객과의 인연은 소속 회사를 떠나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네트워크는 열심히 일을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정해진 어떤 인연 같은 게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인복’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이 역시 정 대표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입사 일화는 대표적인 사례다. 본래 정보기술(IT) 기업 등에 입사하려던 정 대표에게 학교 선배인 삼성증권 지점 직원이 일종의 아르바이트인 펀드레이징 캠페인을 제안했다. 지역 지점의 캠페인을 홍보하는 수준의 업무를 맡았지만 정 대표는 기존에 알고 지내던 자산가를 찾아가 수십억원 상당의 자금유치를 성공한다. 대학원 졸업 이후 IT 기업에 취업을 하려던 나이 서른의 정 대표였다. 삼성증권이 가만 둘 리 없었다. 추천을 통해 그해 삼성증권에 입사했고 해당 팀 전체가 다음해 메릴린치로 옮기게 됐다. 입사 1년 만에 팀 단위의 이직이라는 점에서 정 대표가 한 단계 점프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 이후 2008년 일본계 증권사인 다이와증권으로 자리를 옮기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가고 싶다고 이직이 마음대로 될 수도 없을 텐데 당시 브로커의 전설로 통하던 장희순 다이와증권 전 전무를 무조건 찾아가 입사에 성공했다. 정 대표의 승부사 기질을 장 전 전무가 한눈에 파악한 셈이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과 함께 지금의 미래에셋을 일으킨 구재상 케이클라비스 대표와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정 대표가 HSBC로 자리를 옮긴 2008년은 국내에 펀드 시장을 만들어낸 미래에셋운용의 구 대표와 전화통화 한번 하려는 업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던 시절이었다. 증권사·은행에 ‘미래에셋펀드’에 가입하겠다고 고객들이 영업점에서 대기하던 당시 미래에셋은 큰손 중의 큰손으로 통했다. 구 대표와 어렵사리 전화통화에 성공한 정 대표는 확신하는 종목부터 전달했다. 리스크를 피하려고 종목 추천보다는 거시경제 이야기로 말을 하는 보통의 통화와 다르다고 느낀 구 대표는 이후 HSBC를 주요 거래처로 두게 됐다. 정 대표도 이 순간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꼽았다.

현실 가능성이 낮은 일들을 해내며 사람을 설득하는 열정과 자신감이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자의 물음에 정 대표는 몇 해 전 국내에 개봉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더 울프 오프 월 스트리트’를 말했다. 정 대표는 “펀드매니저와 IB업계 몇 분이 영화를 보면서 정재훈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열정과 욕심은 자본시장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물론 탐욕은 배제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실제로 더 울프 오프 월 스트리트의 마지막 장면은 멍하니 바라보는 관중을 향해 자기 주머니 속의 볼펜을 꺼내 든 디캐프리오가 나온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볼펜을 건넨 그는 ‘이 펜을 나에게 팔아보라’며 말을 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흔한 볼펜을 상대방에게 팔 수 있는 능력. 사람을 잡아끄는 설득의 매력을 보이라는 말은 다시 말해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높여주는 숨은 이면을 설명하고 있다.

디캐프리오가 맡은 역할은 1990년대 초 투자은행(IB) 스트래튼 오크몬트사를 설립한 조던 벨포트가 실제 주인공이다. 15억달러 이상의 실적을 올리며 미국 자본시장의 혜성처럼 떠오른 인물이지만 불법자금 도피, 금융시장 질서교란 등으로 구속 수감된 그의 삶은 성공과 실패의 반복이다. 복역 이후 ‘월가의 늑대들’을 펴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은 그는 투자와 재태크, 그리고 인생강의를 해가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 대표는 “도덕성을 놓쳐버려서는 안 된다”며 “탐욕을 배제한 열정과 영감은 주인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운용 설립 직전 미국 이민을 준비했다. 자본시장의 경쟁에 지쳐 하와이에 거주지를 알아보며 휴식을 취했다. 정 대표는 “그런데 쉴 수가 없었다”며 “자본시장에서 일하는 다수의 사람이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겠다는 DNA를 가지고 있어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는 마음에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오는 7월에는 서울 압구정의 옛 시티은행 건물을 인수해 전 층을 모두 사용한다. 정 대표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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