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해 비정규직 임금 인상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자 인건비 상승을 우려하는 중소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인력 부족 현상을 겪는 중소업계는 근로시간을 급격히 단축할 경우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며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모든 기업에 연장근로를 포함한 근로시간을 현행 최장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대해 대기업 1차협력업체의 A 대표는 “법정 근로시간을 갑자기 52시간으로 줄이면 예를 들어 10명이 하던 일을 13~14명이 해야 한다”며 “이렇게 될 경우 3~4명을 추가 고용해야 해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늘게 된다”고 걱정했다. 근로자를 추가 고용하게 되면 월급 외에 4대 보험 등 인건비가 증가하게 돼 그만큼 채산성이 악화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기존 직원들은 주 68시간에 맞춰서 월급을 받고 있는데 근로시간이 축소되면 월급이 줄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단 A 기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이 같은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초과 및 휴일 근로를 하는 근로자의 76.8%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기중앙회는 근로시간 단축에 휴일 근로 ‘중복할증’까지 더해질 경우 기업의 연간 소요비용은 총 12조3,000억원가량 되며 이 중 중소기업이 떠맡을 비용은 70%(8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소업계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근로시간 단축 조치가 중소기업의 고용을 늘리는 단선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회의적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오히려 임금이 줄어 중소기업을 더욱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새 정부의 전체적인 개선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일괄 적용하면 결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만 고스란히 충격을 받는다”며 “업종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단계별 도입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4단계로 세분화해 오는 2024년까지 근로시간 단축 시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은 2018년, 300∼999명은 2019년부터 시행하되 100∼299명은 2020년, 50∼99명은 2022년, 20∼49명은 2023년, 20명 미만은 2024년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임금을 2022년까지 정규직의 75% 수준으로 10%포인트 올리려는 새 정부의 로드맵에 대해서도 중소업계는 상당한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 부문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고용형태 다양화와 노동시장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중 중소기업 정규직은 42%, 비정규직 26.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따라 의무적으로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리거나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중소기업의 부담은 상당히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박사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최저임금, 정규직 전환 등의 이슈는 기업정책이 아닌 노동정책으로 봐야 한다”며 “당장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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