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7%인 상속·증여세 공제를 폐지하거나 대폭 줄여 세수를 늘린다. 부를 대물림할 때 부담을 늘려 복지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15일 더불어민주당 내 세제통인 김진표 의원(전 경제부총리)은 “경제가 어렵다는 점은 고려하겠지만 상속·증여세 인상을 공약했고 정권 초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상속·증여세 부담 강화 방안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캠프의 조세공약을 설계한 김유찬 홍익대 교수도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여당과 캠프의 조세공약을 설계한 주요 인사들이 상속·증여세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의 증세에도 탄력이 붙었다. 이달 중순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는 기획재정부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개정안의 골자는 7%인 ‘신고세액공제’의 폐지나 축소다. 상속 최고세율은 50%(30억원 초과)로 주요국 중 높은 수준이지만 각종 공제가 많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1~2015년 중 145만6,370명이 상속재산을 받았지만 세금을 낸 사람은 2.2%인 3만2,330명에 불과했다. 약 98%가 면세자였다. 이에 따라 자진 신고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신고세액공제’가 폐지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국민의 기본의무인 세금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깎아줘 상속·증여세를 내는 고소득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2년 세원 파악을 위해 한시 도입됐다 유지돼왔는데 국세청 세원파악 시스템이 발달한 지금까지 그대로 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민주당은 10%에서 3%로 축소하는 것을 주장했지만 절충점인 7%로 낮아졌다. 현재 모든 세목 중 신고세액공제가 있는 것은 상속·증여세가 유일하다.
이와 함께 ‘가업상속공제제도’에 따라 중소기업 사장은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해도 세금을 내지 않았는데 이 금액을 낮추거나 수년에 걸쳐 나눠 내는 ‘이연과세’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된다.
상속·증여세 강화 방안이 나오자 기업들은 초조한 모습이다. 현재 우리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까지 더하면 최고 65%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26.3%)의 2배 이상”이라며 “승계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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