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으로 국내 주력사업을 매각하고 있는 이랜드 그룹이 중국에서는 패션과 유통을 중심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랜드 그룹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계열사 지원 금지를 확약하면서 국내에서 예전 같은 공격경영을 할 수 없는 만큼 중국 사업을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이랜드 그룹은 중국 온라인 판매망을 확충하기 위한 신규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에서 온라인 판매 전용 브랜드를 내놓고 택배 등 운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랜드 그룹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보다 가격을 내린 이월상품을 파는 한국과 달리 중국의 온라인 판매는 정상가격에 제품을 팔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다”면서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고 현지 오프라인 매장의 재고 관리와 중국 전역에 배송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규모는 크지 않아 그룹의 자금난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중국에서 SPA브랜드인 스파오 등 7,000개의 패션매장만 운영하던 이랜드 그룹은 최근 1년 새 ‘뉴코아’ 브랜드로 상하이 등에 7개의 대형 쇼핑몰을 열며 유통에 진출했다. 한국에서는 뉴코아 백화점의 성장성이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받지만 중국에서 ‘뉴코아몰’은 백화점이 아닌 대형 쇼핑몰로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새로운 유통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국내 시장에서 사라진 ‘헌트’ 등 이랜드의 패션 브랜드가 중국에서 고가 브랜드로 팔려나간 것과 비슷한 원리다. 특히 뉴코아 몰은 현지 유통그룹과 합작해 기존 백화점을 리모델링하면서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았고 롯데 등 다른 유통 대기업과 달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에서도 비켜났다.
이랜드 그룹의 중국 사업은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매년 2조원 중반의 매출이 나오는 알짜 사업이다. 이랜드 그룹 관계자는 “중국의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대형 쇼핑몰 등 유통망에 식음료, 라이프스타일 매장, 패션 등 콘텐츠를 채우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랜드 리테일이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6,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투자자의 요구로 지속적으로 이뤄진 계열사 지원을 끊어야 한다. 투자자들이 리테일이 가진 부동산을 계열사에 담보로 제공하거나 지급보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계약조건에 담았기 때문이다. 이랜드 리테일의 부동산 가치는 1조5,000억원이 넘고 이랜드 건설에 400억원의 지급보증을 하는 등 각종 지원을 해왔다. 이랜드 리테일의 부채비율도 지금보다 훨씬 낮은 200%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 반면 투자자는 이랜드 리테일이 내년에 상장하면 20~30%의 수익을 보장받고 상장하지 못하더라도 투자자들이 그룹으로부터 경영권을 회수해 외부에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Drag-along)’ 조항이 들어 있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투자가 확정된 후에는 기존 지원을 연장하거나 신규 지원하는 것이 사실상 막히는 것이어서 그룹 입장에서는 빡빡하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도 “수십 곳의 투자자와 이랜드 간 약속인 만큼 시장의 요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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