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화웨이·바이두·텐센트·DJI…. 최근 무섭게 성장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다. 화웨이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까지 올라서며 삼성전자와 애플을 추격하고 있다. 구글의 ‘알파고’가 흥하자 텐센트는 중국판 알파고인 ‘줴이’를 선보였다. DJI는 전 세계 드론 시장 1위로 지난 3월에는 서울 홍대에 플래그십스토어를 냈다. 중국 기업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한국보다 앞서 4차 산업혁명의 파도를 탄 것처럼 보인다. ‘기업 쇼핑’도 거침이 없다. 가전 업체로 출발한 메이디는 지난해 세계 4대 로봇 기업인 독일의 쿠카를 인수하고 로봇 시장 1위를 노리고 있다. 진격을 거듭하는 중국 기업들을 바라보는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추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이미 추월당했기 때문이다.
서울포럼 2017 참석을 앞둔 류취안 쓰촨성 전자학회 부비서장 겸 청두신소재산업연구원 상무부원장, 탕성중국전자상무협회 부이사장 겸 다국적 전자상문전문위원회 비서실장, 볜웨이쥔 산시캉성건강산업그룹 부사장, 쉬핑안 시안취장야야 드라마영화주식유한공사 부사장 겸 서부영화그룹 부서기 등도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사전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산업 발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쉬핑안 “中 거대시장 매력 크지만 로봇 등장으로 富의 불평등 우려”
볜웨이쥔 “과거에도 산업혁명 기회 놓쳐…결국 기술·혁신이 성패 좌우”
전자 등 IT 제조업 전문가인 류 부비서장은 “중국에 등록된 로봇 기업만 이미 4,000여 개로 몇몇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 확실하다”며 “중국 인터넷 기업들 역시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온 쉬 부사장도 “중국은 많은 공학 인재와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갖췄다”며 “완만한 경제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저축률도 높아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우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전략을 양대 축으로 삼아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향해 달리고 있다. 눈앞의 목표는 오는 2020년까지 제조업 대국의 위상을 굳히면서 제조업 현장의 정보화 수준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어 2025년까지의 키워드는 산업화와 정보화의 융합이다. 제조업에 IT 기술을 적용해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오염 물질 배출량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2035년까지는 중국이 우세 업종에서 글로벌 혁신을 이끌 수준까지 올라선다.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께에는 산업 전반에서 세계 주요국보다 앞선다는 청사진이다.
물론 이들이 장밋빛 전망에만 취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헬스 분야 기업에 몸담고 있는 볜 부사장은 “중국은 과거에도 산업 혁명의 기회를 수차례 놓치면서 뒤처진 기술·혁신 부족 등의 문제를 뼈저리게 고민해왔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전자상거래 등 IT 분야 전문가인 탕 부이사장은 “고급 인재가 부족하고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려운데다 지역 불균형 문제도 심하다”고 분석했다.
4차 산업혁명이 현재의 중국에 몰고 올 타격에 대해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쉬 부사장은 “로봇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실직이 부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볜 부사장은 “이미 노동력이라는 중국 산업의 강점이 사라지고 있으며 철강·화학 등 전통 제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취안 “양국 협력 가능 분야 많아…한국 제조업 사례 배우고 싶어”
탕성 “고급 인재 부족 등 고민…중대한 문제 최대한 소통·공생을”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기업인·전문가들은 “한국 등 주변국과의 상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탕 부이사장은 “중국은 일관적으로 주변국들을 끌어안는 상생 발전을 추구해왔다”며 “일대일로 계획이나 4차 산업혁명 모두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도 양국이 “중대한 문제를 최대한 함께 논의하고 소통해 공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특히 “한중 양국 기업이 기술 연구개발(R&D), 생산, 글로벌 소싱 등에서 협력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포럼 2017에서 많이 배우고 교류해 협력의 디딤돌을 놓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류 부비서장도 “양국은 스마트 장비·통신기기·자동차 등 많은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며 “서울포럼 2017 참석을 계기로 한국의 앞선 제조업 사례를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쉬 부사장은 문화 콘텐츠 분야의 경력이 긴 만큼 관련 부문에서의 양국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드시 한중 양국이 문화·엔터테인먼트·유통·관광·화장품 분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하고 상호 소통을 강화해 윈윈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다. 쉬 부사장은 중국 6대 영화 그룹 중 하나인 서부영화그룹 부서기도 겸하고 있다. 그는 “서울포럼 2017에서 양국이 협력을 가속화해 지역 간 네트워킹과 소통을 촉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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