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의 조강(粗鋼) 생산량이 사상 최대치(월 기준)를 또다시 경신했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업계로부터 철강 생산량을 줄이라는 압박을 받아왔고 중국 정부는 이에 설비 폐쇄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여왔다. 하지만 생산량이 축소되기는커녕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우면서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의 조강 생산 확대로 주요 철강재 가격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4월 조강 생산량은 7,278만톤을 기록했다. 직전 3월 세웠던 7,199만톤이라는 사상 최고치 기록을 또다시 갈아 치웠다. 이종형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조강 생산량이 14개월째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전 세계 조강 생산의 49.6%(2016년 기준)가량을 차지하는 철강 생산 대국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철강사들로부터 생산량을 줄이라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중국 정부는 2016년 4,500만톤을 감산하는 것을 포함해 2020년까지 최대 1억5,000만톤을 감산하겠다고 천명했다. 실제 바오산-우한, 허베이-서우강과 같은 초대형 철강사들 간 합종연횡과 설비 폐쇄가 진행됐다.
하지만 설비 폐쇄가 실제 가동되는 설비가 아닌 가동을 멈춘 노후 설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구조조정 실효성 논란과 함께 실제 조강 생산 감소로 이어지지도 못했다.
오히려 최근 철강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중국 철강사들이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말 유연탄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철강재 가격 상승으로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자 중국 철강사들이 가동률을 끌어올렸다”면서 “강력한 구조조정 원칙을 천명했지만 결국 시장 논리에 따라 생산량을 늘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철강사들의 조강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중국산 열연의 국내 유통가는 급락했다.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산 철강재 가격 하락 움직임이 국산 철강재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한다. 지난해 말 톤당 72만원이던 중국산 열연 국내 유통 가격은 4월 말 60만원까지 떨어졌다. 국내산 열연 가격도 올해 초 77만원에서 4월 75만원으로 덩달아 소폭 하락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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