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들이 올해 연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하기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지난해까지 영업이익은 늘어도 매출액이 정체되며 ‘불황형 흑자’ 구조에 갇혔던 흐름에서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의 원동력인 기업실적이 통계상으로 증명됐다며 올해 상장사의 연간 순이익 역시 사상 최대치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06개사 중 전년과 실적 비교가 가능한 536개사의 올 1·4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기업의 성장지표인 매출액은 455조5,499억원으로 지난해 1·4분기보다 8.35% 늘었고 영업이익은 38조8,906억원으로 25.3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35.77% 늘어난 32조1,9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비중(12.48%)이 높은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해도 연결 매출액은 405조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8조9,922억원으로 19.05%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24조5,094억원으로 32.78% 증가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매출액 증가 폭이다. 상장사들은 그동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 수익성 지표가 개선돼도 매출액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는 반쪽 성장에 그쳤다. 더딘 경기 회복세에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등 ‘마른 수건 짜기’ 식 경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4분기에도 유가증권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94% 늘었지만 매출액은 0.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 들어 글로벌 경기 전반의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정보통신(IT),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외형과 이익, 양 측면에서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익도 중요하지만 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과 맞물려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연간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무난히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1·4분기 업종별 영업이익 증가율을 살펴보면 전기전자가 전년 동기 대비 224.22%로 가장 컸고 이어 유통(59.79%), 건설(52.00%), 서비스(28.71%), 섬유의복(28.22%), 철강금속(27.46%) 등의 순이었다. 매출액 증가율 상위 목록에는 의료정밀(32.53%), 철강금속(23.00%), 화학(17.82%), 서비스(16.07%), 전기전자(12.61%)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영업이익 상위 20위 중 증감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LG디스플레이(034220)(2,498.31%)였으며 SK하이닉스(000660)(339.23%), 포스코(106.89%), GS(078930)(96.60%), LG(003550)(90.53%), LG전자(066570)(82.42%) 등의 순이었다.
올 1·4분기 상장사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8.54%로 지난해 1·4분기보다 1.16%포인트 올랐다. 매출액 순이익률도 전년 동기 대비 1.43%포인트 상승한 7.07%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16%, 순이익률은 6.05%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1·4분기 연결 부채 비율은 118.21%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2.14%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상장사 중 426개사(79.48%)가 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했고 적자기업은 110개사(20.52%)였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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