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쇼핑몰이 발달하게 된 배경에는 싱가포르의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가라앉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해법으로 정부가 내놓은 것이 호텔과 럭셔리 쇼핑몰을 결합한 마리나베이샌즈였을 만큼 싱가포르는 쇼핑과 관광을 중시하고 있다. 의무휴업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가 없으며 무엇보다 정부가 쇼핑몰 활성화를 위해 관계자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쇼핑몰은 최근 수년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제를 받치는 원동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5년 1.9%, 지난해 2% 성장하는 데 그쳤다. 반면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싱가포르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70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8%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한국(약 1,700만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외국인 신용카드 지출은 2015년보다 약 14% 늘어난 248억싱가포르달러(약 19조8,000억원)로 한국(13조7,000억원)보다 6조원가량 많다.
◇쇼핑몰이 경제 살린다…규제 푸는 글로벌=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유통 규제로 언급되는 것이 의무휴업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기업에 대한 이 같은 영업시간 규제는 흔치 않은 경우다. 그나마 영업 규제가 있던 국가들도 쇼핑몰의 내수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 효과를 고려해 규제를 푸는 추세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처럼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출점 규제와 주말 영업 규제를 해왔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관련 규제를 줄이고 있다. 1970년대 대규모 유통업체 출점을 제한하던 일본 역시 1990년대 이후 규제를 완화해왔고 2000년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영업일 규제를 모두 폐지했다.
애초에 영업시간 규제가 없는 나라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과 싱가포르다. 싱가포르의 무스타파센터백화점은 하루 24시간 연중무휴로 영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슈퍼마켓과 하이퍼마켓(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대형할인점) 등도 입지나 주요 고객층에 따라 자유롭게 영업시간을 정한다.
◇규제보다 상생, 법보다 대화=쇼핑대국 정부들이 영업 규제 대신 택한 것은 ‘공생’이다. 사기업이 쇼핑몰을 개발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발전적인 지역상생 방안을 지속해서 내놓는다.
2015년 기준 360개 몰이 영업 중인 말레이시아는 쇼핑을 대표적 관광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15년 전 문화예술관광부 산하에 ‘말레이시아쇼핑전담부서(Secretariat shopping malaysia)’를 설립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도 관광청이 오처드로드 등 관광지 상인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쇼핑몰 활성화 방안과 지역 상생을 논의한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태국의 대표 유통사 시암피밧그룹의 찬니사 캐우런 마케팅총괄 본부장은 “태국에서 정부는 규제를 가하는 대상이라기보다 기업과 함께 가는 파트너라고 얘기하는 것이 맞다”며 “문제를 꼬집기보다 협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특별한 제약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쇼핑몰은 태국 국민을 대표하고 해당 지역의 명소가 돼 내수 활성화뿐 아니라 관광지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며 “우리가 이 지역에 들어서면서 주변 재래시장과 소매점을 죽이기보다 상권이 활성화하는 효과가 일기도 했다. 분명히 우리가 판매하지 않고 소매점이나 재래시장이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대형쇼핑몰 입점이 소매점이나 재래시장 상인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박준호(인도네시아)·박윤선(싱가포르)·이지윤(태국)기자 sep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