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망치로 맞은 듯 극심한 두통, 소위 ‘벼락두통’이 생겼는데 뇌출혈이 아니라면 뇌혈관이 미세하게 새는 데가 없는 지 조영제를 쓰는 조영증강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역적 대뇌혈관수축증후군(RCVS)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RCVS는 순간적인 뇌혈관 수축과 팽창으로 벼락두통을 일으킨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국내의 경우 12%, 미국·프랑스 등 서양인은 30~40%가량에서 뇌출혈·뇌경색·뇌부종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뇌혈관이 수축됐다는 것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고 두통이 유일한 증상일 때가 많아 진단 자체가 어려웠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정진상·이미지 신경과 교수팀은 2015년 4월~2016년 7월 벼락두통 증세로 병원을 찾은 사람 중 뇌동맥류 파열 등 지주막하 출혈이 없는 72명을 대상으로 조영제를 쓰지 않는 일반적인 ‘뇌혈관 MRI’ 검사 등과 조영증강 뇌혈관 MRI 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조영제를 쓰지 않는 기존 검사에선 72명 중 40%(29명)이 RCVS로 확진됐고, 50%(36명)는 RCVS 의심 소견 및 원인미상 진단을 받았다.
이들에게 조영제를 투여한 뒤 조영증강 MRI 검사를 해보니 RCVS 확진 환자 29명 중 20명(69%, 전체 72명 중 28%), RCVS 확진을 받지 않은 36명 중 15명(42%, 전체 72명 중 21%)에서 뇌혈관이 분자 수준에서 미세하게 새는 뇌혈관장벽 손상이 확인됐다. 이를 통해 RCVS 확진자가 29명에서 35명(49%)으로 늘어났고, 추정진단까지 포함하면 총 44명(61%)에게 RCVS 진단을 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뇌혈관 손상 부위가 1곳 늘어날 때마다 뇌출혈, 뇌부종, 뇌경색 같은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1.48배씩 늘어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RCVS로 진단되면 무리한 신체활동을 피하고 뇌혈관확장제 등 약물치료를 3개월(10%가량은 6개월~1년) 정도 받으면 손상된 혈관이 정상화된다.
이 교수는 “조영제를 쓰지 않고 MRI 검사를 하면 뇌혈관에 미세하게 새는 부위가 있어도 알 수 없지만 조영제를 혈관에 주입한지 10분 뒤 검사하면 조영제가 분자 수준에서 혈관 밖으로 확산되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뇌혈관장벽이 손상된 RCVS 환자를 쉽게 판별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RCVS는 지금도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기존 방법으로 진단이 어려워 환자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진단율을 높이고 합병증을 예측할 수 있게 된 만큼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신경학회지(ANNALS OF NEUR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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