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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文 대통령이 가야 할 길, 가지 말아야 할 길

정치부 서정명 부장

반대표 찍은 59% 국민도 포용

적폐청산에만 함몰되지 말고

협치·통합의 국정운영 나서야

낮은 자세 소통 행보도 이어가길





출발이 산뜻하다. 시작이 경쾌하다. 더듬이를 잃은 곤충처럼 뒤뚱거리던 대한민국호(號)를 문재인 대통령이 노련한 선장이 돼 이끌고 있다. 집권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이르기는 하지만 국정운영 지지율은 75% 언저리를 보이고 있다. 대선 득표율 41.1%와 비교하면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환호성을 지를 때 권력은 부패와 오만의 씨앗을 잉태하게 된다. 국민들이 권좌에서 끌어내린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들이 초심을 잃고 임기 도중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국민에게 팽(烹) 당하는 사례를 봐왔다. 문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초심자의 마음으로 신독(愼獨)하고 스스로 경계(警戒)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겸손해야 한다. 대선에서 표를 던져준 41.1%의 국민뿐 아니라 반대표를 찍은 58.9%를 끌어안아야 한다.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막스 베버는 자신의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갖춰야 할 세 가지 요소로 열정과 책임감, 균형적인 판단을 들었다. 굴곡진 정치인생을 거치면서 문 대통령은 남다른 열정과 책임감을 보여줬다. 문제는 균형적인 판단이다.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로 나뉘어 서로 삿대질을 하고 있다. 5·18 행사 때 ‘임을 위한 행진곡’ 하나 부르는 것을 놓고서도 갈등하고 마찰을 빚었다.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도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중심추 역할을 해야 한다. 5년 내내 ‘균형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운명이다. 권력의 달콤한 향기에 취해 국정운영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리는 우(遇)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전쟁에 승리한 고대 로마의 개선장군은 사륜마차를 타고 개선문을 통과할 때 자신의 뒷자리에 노비를 앉혔다. 이 노비는 개선장군에게 “당신은 인간입니다”라고 세 번 외친다.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마음 한 켠에 ‘겸손 노비’를 두고 균형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등을 돌린 촛불과 태극기 세력이 서로 손을 잡고 화합의 축제를 열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지 수렁에 빠져 헛바퀴만 돌고 있는 대한민국이 전진할 수 있다. 조만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각과 청와대 진용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숙제는 소통이다. 직전 정권은 구중궁궐에서 밀담(密談)을 나누고 귀를 틀어막았기에 국민으로부터 탄핵을 당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일주일간 국민들에게 보인 소통 행보를 이어가야 한다. 청와대 참모들과 커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고 직원들과 식사를 하고 집무실도 비서들이 일하는 여민관으로 옮겼다. 문 대통령은 선거기간 동안 국민들의 애환을 듣고 종종 눈물을 흘리곤 했다. 앞으로도 눅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을 현장에서 자주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대통령이 눈물을 많이 흘릴수록 대한민국은 그만큼 앞으로 나아간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눈물’을 연료로 질주하는 열차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비판을 받을 때도 귀를 활짝 열고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국회와의 소통은 절실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와 대립하고 갈등하다가 국정운영에 필요한 법안을 지원받지 못했다. 국회와 자존심 대결을 벌이다가 동력을 잃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일자리·복지·조세·보육·교육 등의 정책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빛을 보기 어렵다. 적폐청산에만 함몰되지 말고 협치와 통합의 국정운영에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제 막 기적을 울리며 출범했다. 험로가 줄줄이 놓여 있다.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싶은 유혹도 강하게 받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과 국회에 다가가는 ‘낮은’ 대통령의 모습을 5년 내내 보고 싶다.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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