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타이젠(OS)과 빅스비(인공지능·AI) 확대에 맞서 ‘LG-구글’ 동맹이 더욱 끈끈해지는 것일까. 생활가전·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 LG와 구글이 협력관계를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삼성이 빅스비를 탑재한 ‘스마트 가전’ 시대를 예고한 가운데 LG전자(066570)가 구글의 AI 비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가전을 대거 출시한다. 가습공기청정기·냉장고·세탁기·에어컨·오븐·건조기 등 생활 가전에 구글 AI 스피커 ‘구글 홈’을 연결, 소비자가 말 한마디로 집안의 모든 가전을 제어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와 하드웨어의 결합 주도권을 놓고 글로벌 시장의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LG전자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행사에서 AI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를 적용한 LG 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를 공개했다. 구글 홈에 “공기청정기를 켜줘”라고 말하면 LG 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가 자동으로 작동하고 구글 홈은 LG 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가 파악한 실내 공기 상태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LG전자는 우선 초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에 구글 홈을 적용하기로 했다. LG 시그니처 냉장고·세탁기 등이 대상으로, 향후 LG 시그니처가 아닌 일반 에어컨·오븐·건조기·로봇청소기 등 다른 LG 스마트 가전에도 구글 홈을 적용할 계획이다.
소비자는 LG 스마트 가전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다양한 인공지능 기능을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성만으로도 세탁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고 냉장고가 얼음을 더 만들게 하는 등 스마트 가전의 동작을 제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다. LG전자는 구글 홈과 연동하는 스마트 가전제품들을 이달 미국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주요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구글 어시스턴트가 연내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만큼 이르면 올해부터 국내 소비자들도 구글 홈 연동 스마트 가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G6의 경우 연말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서비스 지원이 확정된 상태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구글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십을 늘려서 소비자에게 선택을 강요하기보다는 소비자가 어떤 기기를 갖고 있어도 LG 스마트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LG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실제 LG는 이번 구글과의 협업 이외에도 올해 초 열린 ‘CES 2017’에서 아마존의 AI 서비스 ‘알렉사’를 탑재한 냉장고와 가정용 허브 로봇을 선보였고 올조인(AllJoyn)·원엠투엠(oneM2M)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해 타사 브랜드 전자기기와의 연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유럽 조명업체가 만든 사물인터넷 플랫폼 연합 ‘퀴비콘’ △원격 제어 기술 인증 업체 ‘아이콘트롤’ △보안솔루션업체 ADT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 등과도 스마트홈 관련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LG와 마찬가지로 하드웨어 부문에 집중해왔던 삼성의 경우 AI 서비스 ‘빅스비’를 확보함으로써 단숨에 자사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시도 중이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이미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과 ‘패밀리허브2.0’ 냉장고에 탑재하는 등 빠르게 AI 영토 확장에 나섰다. 스마트폰과 가전 시장의 강자 삼성이 소프트웨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구글과 삼성 간의 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핫아이템인 가상현실(VR) 기기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도 삼성과 구글과 충돌이 예고된다. 지난 1·4분기 삼성전자는 78만2,000대의 ‘기어VR’를 팔아치우며 구글의 ‘데이드림뷰(17만대)’를 가볍게 넘어섰다. 하지만 구글이 자사의 픽셀 스마트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데이드림(VR플랫폼)’을 LG전자 차세대 스마트폰, 삼성 갤럭시S8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중화에 속도를 내는데다 독립형 VR 헤드셋까지 추가로 출시하겠다고 하면서 VR 기기 시장에 불을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선제적인 투자에 LG가 동맹군 강화로 맞서는 모습”이라며 “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희철·권용민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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