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미래 한국 사회·경제의 심각한 위험 요소로 꼽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18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문 대통령의 저출산 대책 공약 가운데 ‘육아휴직 확대’와 ‘더불어돌봄제’를 추경 사업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이들 정책은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시행령 개정 사안이거나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여서 속도를 내면 올해 말부터 시행할 수 있다”며 “추경 예산에 반영해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올해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해 경제 살리기에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추진하는 육아휴직 확대 정책은 출산 후 첫 3개월까지 정부가 지급하는 휴직급여를 현재 통상임금의 40%에서 80%로 두 배 올리는 내용이다. 상한액도 100만원에서 대폭 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통상임금이 200만원이었던 사람은 육아휴직급여가 8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껑충 뛴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쓸 때는 혜택을 더 준다. 지금도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차례로 육아휴직을 쓰면 두 번째 사용자는 첫 3개월 동안 통상임금 100%를 보장해준다. 두 번째 사용자는 대부분 아빠라는 점을 감안한 것. 이때 상한액은 첫째 아이에 대한 급여는 150만원, 둘째 아이는 200만원으로 설정돼 있는데 앞으로는 자녀 수와 상관 없이 최대 200만원을 준다. 혜택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
더불어돌봄제는 부모가 최대 2년간 임금 삭감 없이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정책은 기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지금도 만 8세 이하 아이의 부모는 근로시간을 줄이면 최대 1년까지 임금(통상임금) 감소분의 60%를 정부가 지원하는데 기간을 최대 2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원 기간을 2년으로 늘리는 방안은 이미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어 통과 이후 바로 시행이 가능하다”며 “향후 임금 보전 수준도 올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부모님들이 일 마치는 시간과 아이가 어린이집·유치원 끝나는 시간이 안 맞아 학원에 보내거나 조부모의 신세를 지는 등 고생이 많다”며 “더불어돌봄제가 확산되면 일찍 퇴근해 아이를 데려올 수 있고 경력 단절 없이 계속 일할 수 있어 커리어 관리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다른 저출산 대책인 ‘아동수당’ 신설은 시간을 두고 추진될 예정이다. 아동수당은 0~5세 아동이 있는 가구에 한 달에 10만원씩 쥐어주는 제도다. 문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설계한 김용익 전 민주연구원장은 “아동수당은 처음 시행하는 제도이고 기존 가정양육수당 등 제도와의 관계 설정 등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 후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 일부를 추경에 포함시켜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은 저출산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20위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당장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한편으론 이런 모성보호육아지원 사업은 고용 유지·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자리 추경의 성격과도 맞다. 기재부 관계자는 “육아휴직제도 등은 저출산 대책인 동시에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예방·방지한다는 점에서 일자리 정책이기도 하다”며 “실제 모성보호육아지원 예산은 올해 약 1조원으로 전체 일자리 예산 17조원에서 비중이 큰 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관련 지원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저출산 해결에 81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실효성 부족으로 뚜렷한 성과를 못 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는 보수적인 기업 문화, 사회 분위기 등 때문에 못 쓰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며 “특히 남성의 경우 회사 눈치가 보여서, 아이는 여성이 키우는 것이란 인식 때문에 일·가정 양립제도 이용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육아휴직을 이용한 남성은 7,616명으로 여성(8만2,179명)의 9.3%에 불과하다. 홍 실장은 ”지속적인 캠페인, 우수 사례 전파, 일·가정 양립제도 전담 근로감독관 신설 등 노력이 뒷받침돼야 제도 개선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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