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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 문제는 정치다<7·끝>] '시장의 역습' 외면한채...금리 낮을수록 좋다는 정치권

인위적 금리 인하 땐 대출 수요 늘겠지만

2금융권 '부실 우려'에 대출 중단 가능성

저신용자들 사채시장으로 더 내몰릴수도

금융 컨설팅 등 통해 빚 줄이기에 역점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7대 해법을 발표하면서 ‘서민 부담 경감’이라는 새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를 분명히 했다. 가계부채 총량을 제한하는 동시에 최고 27.9%인 대출금리를 20%까지 낮추고 소멸시효가 지날 때까지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들의 채권을 금융기관이 소각해 한계 차주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국과 학계 안팎에서는 그러나 서민금융을 강화하는 새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성이 되레 서민들의 가계 운영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출금리상한제의 경우 오히려 서민들이 저렴한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혜택보다 제도권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장 원리를 역행해 금리를 낮추고 대출을 강행할 경우 금융기관 부실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현재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 이용 고객의 99%가 4등급 이하의 신용등급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리가 높고 낮음에 따라 탄력 있게 대출처를 정할 수 있는 이들은 1금융권을 이용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2금융권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금리 탄력성 문제가 아닌 자금 가용성 부분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금융권을 이용하는 서민들은 대부분 금리가 얼마이냐보다 돈을 빌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더 중요한 문제로 여기는 만큼 이들이 제도권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 원리상 최고금리 인하는 필연적으로 대출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돈이 필요한 이들의 대출 수요와 금융기관의 공급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시장이 만든 적정 금리인데 시장금리를 인위적으로 내리게 될 경우 대출 수요는 늘거나 유지되는 반면 공급은 따라가지 못해 간극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제도권 대출에 실패한 이들이 찾게 되는 곳은 불법 사채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들어 전격적인 최고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제2금융권이 신용대출을 아예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저축은행과 대부업의 최고금리는 각각 25.0%와 27.9%다. 당국은 최근 이 수치를 20%까지 낮췄을 경우를 가정해 비공개 영향평가를 실시했고 그 결과 일부 저축은행 상위 업체를 제외한 업계 전반이 부실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2금융권의 선택지는 신용대출을 중단하거나 그대로 대출을 진행해 이후 부실을 떠안는 방안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이나 한계가구의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해주기 위해 서민금융 강화 명목으로 대출한도를 늘려주고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것은 오히려 부채상환 능력이 취약한 계층의 부채를 더욱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런 미봉책보다는 채무 재조정 절차를 조기에 부여하거나 부채상환 능력이 있을 경우 금융 컨설팅이나 공공 일자리 제공, 취업 지원 등으로 소득창출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멸시효 채무탕감정책 역시 경제원리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복지가 강조되고 있지만 복지의 성격이 일부 있더라도 본질은 금융”이라며 “금융을 이용한 자금 지원은 어쨌든 갚는 것이 원칙이므로 전액 채무탕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서민복지를 강화하고자 한다면 선별적 복지를 강화해 어려운 이들에게는 대출 형태가 아닌 직접 자금 지원을 실시하고 나머지는 금융의 원리를 따르게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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