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는 산과 산 사이의 빈 곳이라 허(虛)의 상태지만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곡신불사(谷神不死)’를 이야기 하며 자연 만물이 살아가는 곳이자 물이든 바람이든 생명이든 뭐라도 얼마든지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골짜기의 가치를 칭송했다. 서예의 필치와 동양화 표현법을 받아들여 서양식 미술이지만 가장 한국적인 분위기를 펼쳐 보이는 오수환(71)은 1980~90년대 추상회화 연작에 ‘곡신’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서울옥션(063170)이 오는 28일 홍콩 완치자 그랜드하얏트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여는 ‘22회 홍콩세일’에서 오수환의 1988년작 ‘곡신’을 추정가 3,000만~6,000만원에 출품한다. 자유로운 붓질을 따라 점과 선이 넘나든다. 화폭을 가로지르는 싱그러운 초록색에서 자연의 깊은 힘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오수환은 ‘단색화’ 원로작가들의 뒤를 잇는 한국적 추상화의 대표적 작가로 꼽힌다.
약 182억원어치 87점 출품작은 22일까지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 사옥에서 프리뷰 전시를 통해 선보인 후 27일 홍콩으로 옮겨간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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